대학생들이 '반값 등록금'을 외치며 촛불까지 들자 정치권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대학 등록금 완화를 두고 여론 동향과 청와대 눈치를 살피며 자중지란에 빠졌다. 민주당은 여당에 잠시 빼앗겼던 이슈 재선점을 위해 '반값 등록금 내년 시행'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왔지만 실현 가능성을 두고 말들이 많다. 관계기사 3면
갈피를 못 잡는 한나라당은 지도부의 말바꾸기부터 신'구주류의 찬반 논쟁까지 점입가경이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9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해 구체적인 실행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밝히면서 "하지만 한때 '반값 등록금'이라는 말을 썼지만, 이제부터 공식적인 용어는 등록금 인하'완화 방안"이라고 말한 것이 화근이 됐다. 등록금의 절반을 뚝 자르는 '반값'의 부담감을 떨치기 위해서라는 반응이 나오면서 일부가 "민주당 안(案)보다 대학생에게 와 닿지 않는다"고 반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어 신'구주류의 견해차도 집권 여당의 무기력함을 낳고 있다. 당 지도부가 민생 살리기 과제로 반값 등록금을 제시했을 때만 해도 호응이 있었지만 점차 포퓰리즘 성격이 강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고, '국가장학금 규모 확대'라는 카드도 대학생들의 거센 반발만 부르고 있기 때문이다.
쇄신 소장파로 분류되는 정두언 전 최고위원은 "반값 등록금을 말하기 전에 어떻게 재원을 조달할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속도 조절을 주장하고, 구주류 측은 "반값 등록금으로 대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있는데 이는 집권 여당의 책임과 의무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맞받으면서 내부에서 치고받는 형국이 전개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부랴부랴 국가장학금 제도 활성화, 명목 등록금 인하, 대학 구조조정, 대학 미진학자의 사회 진출 지원 등의 안을 준비하고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광화문에서 '대학생들과의 대화'를 마친 뒤 '반값 등록금 내년 시행'을 내놓자 민주당은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대학에 기부하는 기업이나 개인에게 대규모 세제 혜택을 주자는 안과 함께 국'공립'사립대 총장들과의 간담회를 열어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또 민주당 일부 의원은 각종 자료를 종합해 내놓았는데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안민석 의원은 "2007년 144개 대학 예'결산 자료 분석 결과, 수익과 지출을 부당하게 처리하면서 1조7천억여원이 적립금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원혜영 의원은 참여연대와 함께 전국 16개 시'도 20대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고 '이명박 대통령이 반값 등록금 공약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에 84.3%가 찬성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5천억원 추경 예산과 관련 법안 통과로 저소득층 장학금 부활 ▷내년부터 국'공립대 반값 등록금 시행 ▷사립대 반값 등록금 유도라는 3단계 구상을 마련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반값 등록금에 대한 면밀하고 세부적인 자료 검증과 대학과의 의견조율 없이 성급하게 '인기몰이' 대책만 쏟아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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