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칠곡군 왜관읍 미군기지 캠프 캐럴 고엽제 매립의혹과 관련해 주민 간담회를 가진 존 존슨 미8군사령관은 명확한 답변은 피한 채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밝힌 내용들을 되풀이하는 수준에 그쳐 주민들의 불안과 불신감을 누그러뜨리지 못했다.
존슨 사령관은 이날 칠곡군청 대회의실에서 칠곡주민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간담회에서 "고엽제 매립의혹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민들은 인내심을 갖고 참고 기다려달라"고 주문했다.
존슨 사령관은 고엽제 매립 당시인 1978년 당시 캠프 캐럴에 근무했던 한국인 군무원들 가운데 고엽제 매립과 관련한 증언자들이 있다는 주민들의 주장에 대해 "조만간 그들을 초청하는 자리를 마련해 고엽제 매립 여부와 위치 등 여러 정황에 대한 파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미군 측이 고엽제 매립 사실을 폭로한 하우스 씨의 증언에 대한 신빙성에 대한 질문에서 존슨 사령관은 "증언에 따른 신뢰성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최후의 진실이 어느 것인지는 모르는 상황이지만 반드시 결과물을 도출해내겠다"고 말했다.
옥곤(부경대 교수) 한국 측 공동조사단장은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토양 오염물질 등에 대한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존슨 사령관이 유해성에 대해서는 큰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낸 것으로 안다"며 "주민들이 요구하고 있는 굴착조사는 여름철 날씨가 장기적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화학물질과 관련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장세호 칠곡군수가 "현재 주민들은 미국과 한국, 그리고 공동조사단을 믿지 못하고 답답한 마음으로 걱정하고 있다"고 말하자, 존슨 사령관은 "한국과 미국은 60년간의 동맹, 혈맹국가이기 때문에 잘 헤쳐나갈 것이다"고 답변했다.
이에 앞서 이날 국회 이인기 행정안전위원장을 비롯한 행안위 소속 여야 위원들도 캠프 캐럴 현장을 방문하고 주민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칠곡군 고엽제 진상규명 대책위 장영백 회장은 "공동조사단에 당장 피해를 보는 인접지역 주민들과 환경전문가들을 포함해야 한다"며 "소파 규정을 뛰어넘어 시간을 끌지 말고 하루빨리 발굴조사에 나서 주민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종필(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신부는 "고엽제 매립의혹이라는 말은 맞지 않다. 여러 정황상 고엽제 매립은 사실로 보이는 만큼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며 "보건당국의 역학조사 등 사후대책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그 피해는 고스란히 칠곡 군민들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간담회를 지켜본 일부 주민들은 "한국 측 공동조사단 역시 조사에 대한 감시를 제대로 하는지 모르겠다. 고엽제를 묻은 건 분명히 미군이고, 범죄행위나 마찬가지다. 세상에 범법자에게 진상조사를 맡기는 경우도 있느냐"며 미군 측에 대해 강한 불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칠곡'김성우기자 swkim@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