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 학교 우리 동창회] 영주 영광고등학교 총동창회

최초 장학규정 명문화…"가난 때문에 학업 포기 학생 없죠"

동창회 창립 30주년 기념 체육대회에 참석한 동문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영광고 총동창회 제공
동창회 창립 30주년 기념 체육대회에 참석한 동문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영광고 총동창회 제공
2003년 7월 영주시 아지동 청소년수련원에서 가진 총동창회장 하계수련대회 모습. 영광고 총동창회 제공
2003년 7월 영주시 아지동 청소년수련원에서 가진 총동창회장 하계수련대회 모습. 영광고 총동창회 제공
이진호 총동창회장
이진호 총동창회장

올해 개교 57주년을 맞는 영주 영광고(교장 심길남)는 영주 지역 최초로 설립된 3년제 사립계 남자고교로 대한예수교 장로회 경안노회 유지재단 이름으로 1954년 설립인가(3학급)를 받아 개교(영주리 88번지)한 뒤 1957년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후 1961년 경안노회 유지재단에서 영광교육재단으로 변경됐고 1983년 영주시 상망동 산 49의 16번지 일대로 옮겼다. 경천애인을 건학이념으로 삼고 있는 영광고는 자주적 인간, 문화적 인간, 창조적 인간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는 56년 전통에 배움의 전당이다.

졸업생은 총 1만4천429명. 동창회는 1970년부터 시작됐고 1985년 총동창회장을 맡은 정명훈(8회, 6~10대) 동문을 시작으로 11대 정인수(1회), 12'13대 김엽(12회), 14대 김유석(15회), 15'16대 김덕호(15회) 회장이 총동창회를 본격적으로 활성화시켰다. 현재는 이진호(16회) 회장이 2007년부터 총동창회장직을 맡아 1만4천여 명의 동문을 대표하고 있다.

특히 남문식(15회) 재경회장과 대구, 울산, 포항, 안동, 봉화 등 전국 각 지역 동문회장의 적극적인 리더십과 노력 덕분에 총동창회가 활기를 띠고 있다.

박재규(21회) 전 총동창회 사무국장은 "정명훈 전 총동창회장이 10년 간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동창회 조직활성화에 지대한 공을 세웠고, 12대 김엽 회장(1997~2001년)은 지역 내 최초로 동창회 사무실을 열고 장학규정을 명문화해 후배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전통을 만들었다"며 "2000년 영주시민운동장에서 개최한 동창회 창립 30주년 기념행사 때는 1천500여 명의 동문들이 참가하는 진기록을 세워 현재까지 그 기록을 깨지 못하고 있다. 15대 김덕호 회장(2003~2006년)은 개교 50주년을 맞아 동창회 카페를 개소하고 영광고 50년사를 발간, 학교와 동문들의 발자취를 기록으로 남겼다"고 전했다.

이진호 총동창회 회장은 "모교를 인재의 요람으로 육성시키고 1만5천여 동문들의 친목을 도모하는 데 앞장서겠다"며"현재 동창회관 건립을 위해 기금도 조성 중"이라고 말했다.

◆장학사업과 재학생 지원

동창회는 기수별, 직장별, 지역별로 동창회를 운영하고 있다. 소속단체와 자신의 이름으로 된 장학회를 만들어 1인당 120만원씩 장학금을 내고 있고 형편이 나은 동문들은 2, 3개 계좌를 내놓기도 한다. 무엇보다 어려운 환경에서 학교를 다닌 경험이 있는 동문들은 후배들이 가난으로 학업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매년 '묻지마'식 장학금도 선뜻 내놓는다.

매년 성적우수학생 30여 명(학년별 10명)에게 1인당 120만원씩 총 3천600여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한다.

이런 소문이 돌자 재경'재대구'재울산'재포항'재안동'재봉화 동문들도 동창회 활성화를 위해 팔을 걷고 나서고 있다. 특히 개교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던 서병문(7회'부산거주) 동문은 학교발전기금으로 2천만원을 기탁했으며 남문식(15회)'류사번(22회) 동문은 학교 중앙현관에 각 700만원씩 사비를 들여 식물 수족관을 설치했고, 신승영(18회) 동문은 장학금 500만원을 선뜻 내놨다.

더욱이 15회 한상웅 동문의 10여 년째 변함없이 펼치고 있는 후배사랑과 모교사랑은 동문들과 주위에 감동을 주고 있다.

재대구 동문인 한 씨는 모교 교실 전체에 커튼 설치 외에 기숙사 집기'침대보(300개)'동창회 사무실 집기 제공, 총동창회 체육대회 때마다 1천500여 장의 티셔츠'학사복 등을 스폰서 해오고 있다. 또 동기회 발전을 위해서 매년 금일봉을 전해 오고 있어 동문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전규호(27회) 총동창회 사무국장은 "장학금 모금 방식과 지원방식이 다소 변경되는 바람에 차질을 빚기도 했지만 학교사랑 운동은 지속되고 있다"며 "앞으로 후배들이 맘 놓고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장학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잊을 수 없는 추억

"학교 악대부(학교밴드)의 악장(지휘자)을 했다"는 정인수(1회)동문은 "시민체전이나 각종 행사에 동원돼 멋진 옷을 입고 악대를 지휘할 때는 여학생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또 "기독학생회 친구들과 희방사에 놀러갔다가 그곳에 사는 학생들이 여학생을 집적거려 희방사역 플랫폼에 기차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달려가 혼을 내 주고 출발하려는 기차를 타고 도망 온 기억이 있다. 당시에는 친구들과 싸움도 많이 했다"며 옛 기억을 더듬었다.

김주영(10회) 동문은 "몇몇 선생님들의 지독한 제자사랑은 잊을 수가 없다. 당시 김왕현 영어선생님 덕분에 시험을 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좋아졌다"며 "김 선생님은 아예 학생들에게 영어교과서를 다 외우도록 했고 교실벽에는 미국의 유명 시인의 시와 공부거리를 영문으로 써 붙여 놓고 달달 외우게 했다"며 "고시를 볼 때나 국비 유학생 선발 시험 때 영어 공부를 하지 않고도 합격할 정도로 영어 실력은 대단했다. 영어 시험은 2등을 해본 기억이 없다. 이 모든 것이 선생님의 가르침 덕분"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김엽(12회) 동문은 "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해가면서까지 재단과 싸워 공납금도 내리고 명문대 출신 선생님을 모셔오는 계기를 만들었다"며 "데모하는 학생들을 잡으러 오는 선생님을 피해 뒷산으로 도망다니다 온몸에 송충이가 덕지덕지 붙어 친구들과 서로 털어주며 위로한 적도 있었다. 덕분에 학생들의 요구사항이 관철돼 독일어'물리'수학'화학'국어 등 주요 입시과목 선생님들이 교체되면서 학생들의 성적이 향상돼 당시(1968년)에는 꿈도 못꾸던 서울대 의대(이봉화), 서울대 농대(권오동)에 2명이 합격해 언론에 새로운 명문고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봉화 재산에서 가정형편이 어려워 중학교는 검정고시를 쳤다. 대학 갈 수 있는 고등학교를 선택한 것이 지금의 모교"라는 정명훈(8회) 동문은 "가정교사를 하며 학교를 다녔고 학비는 장학금을 받고 다녔다"며 학창시절 모범생이었다는 것을 강조했다.

하지만 "객지 설움은 많이 받았다"며 "3학년 때 전교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했을 때는 토박이 학생과 붙어 떨어졌다. 당시 토박이 학생이 날 지지하는 대의원들을 모두 빼돌려 희방사로 데리고 놀러가는 바람에 선거를 할 수조차 없었다. 지금도 친구들을 만나 그때 이야기를 하며 한바탕 웃기도 한다"고 말했다.

◆모교를 빛낸 동문들

정'관계에는 이민홍(4회) 전 육군소장, 김주영(10회) 영주시장, 박성만(27회)'김종천(20회) 경상북도의회 의원, 송준우(10회) 전 영주시의회 의장, 김엽(12회) (사)국회입법정책연구회 부회장, 김재흥(19회) 전 영주시의회 부의장, 장대봉(11회) 전 영주경찰서장, 이규대(18회) 영주산림조합장, 홍현국(10회) 전 대구지방국세청장, 장대수(19회) 농림부 서기관, 노경달(24회) 행자부 서기관, 서병문(7회) 동반성장위원회 위원, 김일진(11회) 육군대령 등이 있다.

법조계에는 장영섭(28회) 남원지청장, 장달원(22회)'권정(32회)'정병환(32회)'장기영(35회)'이경철(36회)'남성덕(42회) 변호사, 장수덕(11회) 국제변호사 등이 있다. 언론계는 김판국(11회) 전 경향신문 시사만화작가, 안재기(11회) 전 MBC뉴욕특파원 등 다수가 있다.

교육계에는 도한호(2회) 침례신학대학 총장, 김광윤(13회) 아주대 학장, 장병준(21회) 전 건국대학교 수의대학장, 이봉화(12회) 한림대 의대교수, 이항재(12회) 순천향대 부총장, 유충상(27회) 동양대 교수, 송인호(8회) 전 영광고 교장 등이 있다.

재계에는 정인수(1회) 전 영주상의회장, 정명훈(8회) 영주상의회장, 강평구(6회) 전 ㈜보성하이텍 회장, 반원익(16회) 한국승강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임병철(21회) 삼성코닝 이사, 신승영(18회) ㈜에이텍 대표, 김유석(15회) 영주자동차학원 원장, 김덕호(15회) 일맥의료재단 이사장, 윤동균(8회) ㈜농심 부사장, 강윤석(14회) ㈜덕구온천 대표이사, 노진기(14회) 한국건설자원협회 대구경북지회장 등이 있다.

영주·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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