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꽃이 기업이라면 기업의 꽃은 임원이다. 대기업에 취직하여 정년이 되기 전에 임원으로 승진한 후 두둑한 연봉과 퇴직금으로 편안한 노후를 보내는 것이 요즘 젊은이들의 꿈이다. 웬만한 기업의 임원이 되면 개인 집무실과 승용차, 그리고 운전기사와 비서가 주어진다.
특히 대기업 임원은 차원이 다르다. 얼마 전 재벌닷컴이 공기업과 금융회사를 제외한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의 지난해 임원 연봉을 분석한 결과 1인 평균 연봉이 8억 7천만 원으로 집계됐다. 평직원 평균 6천280만 원의 14배에 달했다. 부러운 자리이지만 그만큼 올라가기 어려운 '별 중의 별'임이 틀림없다.
임원은 되기도 어렵지만 그 자리를 지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닌 모양이다. 임원이 되면 일단 '만능맨'이 돼야 한다. 관련 분야 전문 지식은 기본이고 영어, IT 분야에 정통해야 한다. 그래야만 직원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다. 여기에다 풍부한 상식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매일 신문을 꼼꼼히 챙기고 늘 국내'국제 정세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큰 자리 접대를 위해 '술 상무' 역할도 톡톡히 해내야 한다. 폭탄주는 기본이다. 여기에다 상당 수준의 골프 실력을 갖춰야 유명 인사들과 어울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리더십'까지 갖춰야 하니 경영학 공부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입장이다.
몇 년 전 구미 지역의 모 그룹 임원은 사원들이 노조를 만들 움직임을 보이자 주동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몇 날 며칠 폭탄주로 밤을 지새웠다. 노조 창설자들이 그 임원의 인간성에 감복해 결국 노조를 결성하지 못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렇듯 임원에게는 '업무의 영역'이 없다. 그만큼 임원은 피곤하다는 뜻도 된다.
근로복지공단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과로사 인정을 받은 사람이 1천574명으로 집계됐다. 이를 직종별로 보니 '단순 노무직'이 372명으로 가장 많고, 뜻밖으로 '고위 임원 및 관리자'가 365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지난해 경우, 과로로 숨진 기업 임원은 57명으로 단순 노무자 28명의 두 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변화와 혁신의 시대에 자칫하면 일에 빠져들기 십상이다. 업무의 강도에 걸맞은 '철저한 자기 관리'로 균형 감각을 키우는 것 또한 임원들이 챙겨야 할 필수과목이다.
윤주태(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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