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의 3대 요소는 신랑'신부와 주례, 그리고 하객들일 것이다. 결혼하는 당사자는 마땅히 주인공이지만 주례 또한 주요한 요소가 된다. 결혼철이 되면 신랑'신부들은 신혼여행지부터 보금자리, 세간살이, 예단과 선물, 결혼식 옷까지 온갖 신경을 쓰며 살피고 고른다. 하지만 주례는 그렇게 신경을 쓰는 것 같지가 않다. 어떤 신랑'신부는 아예 부모들에게 맡기고, 어떤 경우에는 적당히 스승이나 직장 상사들에게 주례를 맡겨 버린다. 가끔은 예식장에 주례할 사람을 부탁하기도 한다.
보통 주례는 그 사람의 알맹이를 보기보다는 겉보기에 따라 선택을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적으로 고급 공무원이나 직장 상사, 그리고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고르는 게 된다. 이렇듯 외형만 보고 고른 결과, 속이 텅 빈 사람들이 선택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주례사는 결국 비호감 주례사가 될 수밖에 없다.
부적절한 대표적 주례사는 신랑'신부는 평생 변치 말고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서로 의지하고 살라는 말이다. 세상에 수십 년 동안 살면서 변하지 말라니 이게 어찌 옳은 덕담이 된단 말인가? 어리석은 부부는 딴 부부들은 늙어 죽을 때까지 신혼 때처럼 변치 않고 사는 줄 알고 상담실에 와서 훌쩍거리며 하소연한다. 결혼 후 남편의 관심이 줄어들었다거나 아내가 전처럼 애교를 부리지 않는다거나 등 말도 안 되는 불평을 한다. 일찍이 석가모니가 말했다. 세상에 변치 않는 것은 없다고. 그래서 인생무상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옳은 주례는 '부부 관계는 반드시 변한다. 그러므로 이런 사실을 미리 예측해야 그 변함이 승화의 과정으로 가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주례자는 말해줘야 된다. 변함이란 발전의 다른 표현임도 일깨워줘야 한다.
한번은 매스컴에 유명한 대학교수가 주례하는 모습을 봤는데 색달랐다. 열 개 가까운 좋은 단어를 골라 와서 그 단어의 뜻을 설명하며 앞으로 그 뜻대로 살라는 것이었다. 나라면 도저히 그렇게 살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 후 오랫동안 관찰해 보니 그 부부가 주례 말대로 살지 않기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 사람 말대로 살았더라면 둘은 벌써 이혼했을 것이다.
어떤 이가 존경하는 자신의 교수를 주례로 모셨는데 너무도 감동적이었단다. 하도 좋아서 늘 그 말을 외우고 다녔다고 한다. 어느 날 같은 과 출신 친구 결혼식에 가보니 그 교수님이 주례를 하는데, 맙소사 자신에게 했던 말을 글자 한 자 안 틀리고 똑같이 하더라는 것이다.
권영재 보람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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