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대구 오리온스 구단이 한마디 언질도 없이 비밀리에 연고지 이전을 추진하고 있어 대구 팬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오리온스는 경기도 고양시로 연고지 이전을 추진하면서 대구시를 배제한 채 고양시와 체육 시설 이용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할 장소와 시간까지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상황인데도 오리온스 관계자는 "논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정도의 말만 하고 있다.
오리온스 구단의 자세는 도의적으로 옳지 않다. 프로농구 원년인 1997년부터 대구를 연고로 한 오리온스가 성적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한결같은 성원을 보냈던 대구 팬들에게 이렇다 할 설명도 없이 연고지 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팬들의 뒤통수를 치는 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 연고지 이전 문제가 불거진 뒤에도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것은 곤란한 상황을 어물쩍 넘기려는 것으로 모양새가 썩 좋지 않다.
오리온스는 연고지 이전을 위해 지난해부터 먼저 고양시에 접근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농구계 일각에서는 최근 성적이 부진한 오리온스가 연고지를 옮겨 성적을 올린 뒤 구단 가치를 높여 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설까지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규정상 연고지 이전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지만 구단 매각 등 특별한 사유에 한해 가능하도록 예외 조항을 두고 있는데 현재 오리온스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어 보인다.
오리온스 구단은 사실 '뜨내기 구단'으로 불릴 정도로 연고지에 애착이 없는 구단으로 평가받아왔다. 대구시가 주경기장인 대구체육관의 사용료를 감면해 줬지만 대구에선 경기만 하는 등 팬 서비스가 부실했으며 비밀스런 구단 운영 등으로 도마에 올랐었다. 지난해부터 대구에서 훈련을 하는 등 지역 친화적으로 변화하는 듯했지만 이것도 경기도 용인의 훈련 시설을 사용할 수 없게 된 내부 사정이 작용한 탓이 컸다.
오리온스는 최근 비자금 문제로 구단주가 구속되는 등 이미지가 실추된 데다 프로구단을 운영할 마인드도 부족해 연고지 이전이 아니라 차후에 구단 운영에서 손을 떼는 것이 나을는지도 모른다. 그에 앞서 대구 팬들에게 연고지 이전에 대한 입장을 제대로 밝히는 등 이별에 대한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 최근 새 수장을 선출한 프로농구연맹은 오리온스의 연고지 이전과 관련된 전후 사정을 철저히 파악해 팬들이 납득할 만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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