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ED'… 대구의 변화, 소통이 시작되다

TEDx Dongsungro 행사 참가자들이 함께 모여 소통의 장을 펼쳤다. 이들이 밝은 표정으로 단체 사진을 찍었다.
TEDx Dongsungro 행사 참가자들이 함께 모여 소통의 장을 펼쳤다. 이들이 밝은 표정으로 단체 사진을 찍었다.
TEDx Dongsungro의 올해 첫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이 강의가 끝난 뒤 즐겁게 뒷풀이를 하고 있다.
TEDx Dongsungro의 올해 첫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이 강의가 끝난 뒤 즐겁게 뒷풀이를 하고 있다.
사람의 경험을 나누는
사람의 경험을 나누는 '사람도서관'에는 사람과 사람의 소통이 흐르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TED=매년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적인 규모의 지식 컨퍼런스. 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의 약자이다. '퍼뜨릴만한 가치가 있는 생각'이라는 슬로건 아래 1984년 미국 캘리포니아 몬트레이에서 처음 시작했다. 현재 TED에서는 기술, 엔터테인먼트, 디자인 뿐 아니라 의학, 환경, 예술,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각 전문가들이 자신의 열정을 쏟았던 것에 대해 18분 동안 이야기함으로써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다.

Q: 대한민국의 화두는? A:"소통"

술을 같이 마시는 것도 소통이고, 함께 공연을 관람하는 것도 소통이다. 물질만능주의와 극단적 이기주의에 꽉 막혀 있는 듯한 답답한 현실에서 소통은 정치권 뿐 아니라 우리 사회, 가정 속에서도 원활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소통할 마음조차 없는 이들이 소통을 강조할 때는 더 꼬일 수 밖에 없다.

특히 대구는 보수적 성향이 강한 도시로 인식돼 있어 '오픈 마인드' 측면에서 볼 때 타 도시에 비해 답답한 느낌이 든다. 변화를 받아들이는 데도 인색하다. 많이 바뀌었고, 또 바뀌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다.

이런 가운데 대구 젊은이들이 새로운 소통 문화 형성에 나서고 있다. 함께 술 한잔 하는 모임에서 문화모임으로 한발짝 나가고 있다. IT를 접합한 생각의 교류를 통해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려는 젊은이들의 소통이 있다. 오프라인 도서관에서 단순히 책을 대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 도서관'(Living Library)이 생겨났다. 새로운 소통의 흐름은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대구에서도 그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TEDx Dongsungro의 '즐거운 변화'

"가슴이 뻥 뚫립니다. '18분의 기적', 연사 5명의 강의는 머리를 깨어나게 했습니다."

'우리가 몰랐던 즐거운 변화'가 지난달 28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대구테크노파크 나노융합실용화센터에서 열렸다. 젊은 소통을 원하는 80여 명이 한 자리에 모여 21세기 최첨단 IT 교류의 장에서 서로 생각을 교류하고, 새로운 문화에 매료됐다.

올해 첫 행사는 신선한 변화의 장이었다. 참가비를 5천원으로 책정하고 100명을 상대로 신청을 받았는데 마감하기도 전에 100명이 모두 채워졌다. '18분의 기적'강의는 아주 성공적이었다. 강사진은 젊은이들의 감각에 딱 맞는 사람들로 짜여졌다.

18분 강의의 첫 강사는 여행을 통해 공정한 세상을 만드는 공감만세 고두환 대표, 두번째 강사는 신념을 통해 휴머니즘을 경험한 신학자이자 ESL강사인 에릭 게일(Eric Gayle)이 나섰다. 세번째 강사는 나노테크놀로지를 통해 생활의 변화를 만들자는 송규호 대구나노융합실용화센터장이 맡았다. 네번째 강사는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통해 도시를 재발견하자는 권상구 대구중구도시만들기지원센터 사무국장이 18분을 알차게 채웠다. 마지막 강사는 엔터테이너였다. '음악으로 지역을 변화시키자'며 신동우 인디053 팀장이 직접 쓴 랩을 선보이며 분위기를 한껏 달아오르게 했다. '18분X5=90분'은 이렇게 화려한 강사진에 의해 역동적으로 이어졌다. 마치 18분의 폭풍 강의가 머리를 쓸어가며, 참가가들의 기존 생각에 변화를 자극했다. 강의 후에는 간단한 다과와 함께 그룹별로 생각을 교류하는 브레인스토밍 시간도 참가자들을 정신을 자유롭게 했다.

이 소통의 장은 TED.com의 독립적인 모임인 TEDx에서 비롯된 대구 모임인 TEDx Dongsungro(동성로)가 마련했다. TEDx Dongsungro는 지난해 7월 8일 첫 모임을 시작으로 현재 여러 차례 모임을 거쳐 1차 운영자를 구성했으며, 현재 15명의 운영자와 150명의 회원이 함께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첫 행사로 '생활의 재발견'이라는 주제로 'TED Talks'(강연 녹화물)를 보고 의견을 나누는 소규모 살롱 형식의 아이디어 나누기 이벤트를 열었다. 12월에는 '지식의 향연, Invite you'라는 주제로 살롱 모임을 했다. 이 TEDx Dongsungro는 TED.com의 독립적인 모임인 TEDx에서 비롯된 아이디어를 확산하는 대구 모임이다.

TEDx Dongsungro 신윤희 설립자는 "개인의 독특한 경험이 즐거운 변화로 이어져있다는 것과, 그러한 변화가 지역을 보다 다양하고, 풍성하고 아름답게 하는 것임을 확신한다"며 "같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즐거운 변화를 공유하기 위해 이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경험을 전하는 '사람도서관'(Living Library)

'도서관에서 사람책을 빌린다' . 참 생소하지만 역시 소통 측면에서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다. 이'살아있는 책'을 빌려주는 '사람도서관'은 덴마크 출신의 사회운동가 로니 에버겔이 11년 전 한 뮤직 페스티벌에서 처음 시작한 신개념 도서관으로 책 대신 사람을 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대구에도 전 세계를 다니며 새로운 것들을 접하며 깨치고 있는 한 대학생에 의해 사람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이 학생은 경북대 농대 임학과 4학년 박성익(26) 씨다. 인도 오르빌공동체에서 4개월 동안 수련을 하고, 리투아니아에서 3개월을 보내고, 칠레 산티아고 1개월, 유럽 곳곳을 여행한 그는 특유의 열린 마인드로 사회대 학생회와 협력해 '사람도서관'을 1층 카페에서 열었다.

'사람도서관'의 소통은 이런 방식이었다. 책1, 농촌유학센터에서 일하는 '용재'(가명)라는 시골청년이 도시에서 온 아이들과 부대끼면서 겪은 이야기를 전해주는 내용이다. 책2, '쁘이'가 '그녀가 말하다'는 제목으로 성폭력의 피해의 경험을 들려주고 성폭력 피해 여성이 사회로부터, 다른 편견과 통념으로부터 2차적인 피해를 받는 살아있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책3, 박종하 씨는 '1급 신장장애인으로 대구에서 시민운동 하기'를 주제로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했다. 책4, 초보 강연기획가 이재근 씨. 그는 '언제 죽을지 모른다'를 좌우명으로 가진 후 예전부터 생각만 해오던 소중한 꿈들을 힘차게 밀고 가는 삶의 얘기를 전했다.

'사람도서관'에서는 테이블에 둘러앉아 다과와 음료를 함께 하면서 '사람책'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사람책'들은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직접 풀어주는 휴머니즘 드라마나 다름없다. 종이책이 아니라 각 분야에서 자신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이들을 직접 이야기를 들려주니 듣는 이들에게 때론 감동으로 다가가는 장점이 있다.

박성익 씨는 인터넷 카페 아울러(http://cafe.daum.net/Smallsteps)를 통해서도 '사람도서관'에 관한 정보를 네티즌들과 공유하고 있다. 또 다음 오프라인 '사람도서관' 행사 열기 위해 경험을 전할 강사들을 섭외하고 있다. 그는 "'나는 런던에서 사람책을 읽는다'는 책을 보고 누가 이렇게 기발한 생각을 했을까 생각하며, 한국에 돌아와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사람도서관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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