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더 열고 눈으로 더 보겠습니다."
이영우 경상북도교육감은 지난해 7월 취임 후 1년여 동안 23개 시'군의 각급 학교 현장을 두루 다녔다. 젊은 시절부터 오전 3시 30분이면 일어나 산책과 체조로 하루를 시작하는 습관 덕에 체력적으로 문제는 없다고 했다. "경북은 지역이 넓다 보니 쉽지 않아요. 울진에라도 다녀오면 하루가 훌쩍 지나가 버리니까요. 그래도 한 발 더 뛴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찾아다녔죠."
이 교육감은 취임 후 대외 활동에 더욱 신경을 기울였다. 각급 학교뿐 아니라 기업, 종교단체 등을 찾아 교육 현실에 대해 강연하고 함께 고민했다. 서울'경기 등 진보 성향 교육감들과의 대화에도 적극적이었다. "민선 교육감이다 보니 보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양한 의견이 나와야 발전이 있지 않겠습니까."
이 교육감이 아쉬워하는 부분은 청렴도 개선 문제.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도교육청은 2009년 4위에서 지난해 12위로 추락했기 때문. "모든 공직 사회의 생명은 청렴도인데 부끄러운 일입니다. 현장 감사를 강화하는 한편 공무원 의식 변화를 위한 연수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겠습니다."
도교육청은 23개 시'군 교육지원청을 거느리고 있다. 챙겨야 할 것도 많고 풀어야 할 숙제도 산적해 있다. 이 교육감은 작은 학교 가꾸기 사업, 다문화가정 자녀 교육 등을 지난 1년간의 주요 성과로 꼽았다. 경북 경우 전체 학교 중 45%가 재학생 수 100명 이하인 소규모 학교다. 이 교육감이 뚝심 있게 밀어붙이고 있는 '작은 학교 가꾸기 사업'은 정부의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그는 최소한 '1개 면(面) 1개교'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역 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학교가 없어진다면 농촌 사회는 더 빠른 속도로 붕괴될 겁니다. 정부가 경제성과 학생 수로만 통'폐합을 따져서는 안 됩니다. 어떻게 하면 학교를 살릴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우선돼야 합니다."
지역 특성상 다문화가정 자녀 교육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4월 현재 경북 954개 학교에 다문화가정 자녀 3천1명이 재학 중이다. 이 때문에 학력 부진과 따돌림 등 다양한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 이 교육감은 가정 문화를 바꿀 수 있는 프로그램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혼이주여성이 남편, 시부모와 겪는 갈등을 줄여야 아이들도 바르게 자랄 수 있다는 것.
"방과후학교 등으로 챙기면 아이들의 학력 수준은 높아질 수 있어요. 그보다 화목한 가정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게 먼저죠. 상담 자원봉사자 1천800여 명이 다문화가정의 고민을 듣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일부 초등학교에서 0교시는 물론 오후 9시까지 야간 수업, 일요일 수업까지 하는 바람에 논란이 일고 있다. 또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등수에만 신경 쓴 나머지 수업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이 교육감은 시험 기간을 앞두고서는 일정 부분 집중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성적이 떨어지면 학부모들이 불만이고 결국 교사들에게 책임이 돌아가요. 집중적인 공부로 아이들이 한 단계 더 발전할 여지도 있습니다."
이 교육감은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도 여럿 안고 있다. 교육 현장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데 이 교육감의 행보는 그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 때문에 정책 내용과 실행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교육계 일부에서는 "민선 교육감임에도 관선 때와 마찬가지로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니 정책 내용과 실행 과정에 갖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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