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세계육상 성공과 대구 市政

8월 27일부터 9월 4일까지 9일간 대구스타디움에서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린다. 이것은 모두가 함께하는 대구의 축제인 동시에 온 국민의 축제일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리는 뉴스에 의하면 대구스타디움 지하공간개발공사가 계속 중단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런 좋지 않은 뉴스는 시민이 한마음이 되어야 하는 축제의 가치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성공적인 개최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는 것이다.

대구스타디움 지하공간개발공사는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위한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한두 번도 아니고 수시로 공사가 중단되고 있어 대회 개막일 전까지 할인점이나 공연장, 음식점은 고사하고 필수시설인 메인프레스센터(MPC)와 국제방송센터(IBC) 완공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올 들어 세 번이나 대구스타디움 지하공간개발공사가 중단되었다고 한다. 2월에는 수십억원의 임금체불에 반발해 현장근로자들이 공사를 중단한데 이어 또다시 4월과 5월에도 임금체불로 인해 공사 중단위기에 빠지면서 공정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이로 인해 오는 8월 개최되는 대구세계육상대회의 메인프레스센터와 국제방송센터의 개막 전 완공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성공적인 대회 준비에 차질이 예상된다.

대구스타디움 서편주차장 지하공간개발공사는 20년 장기임대로 대구시가 부지를 제공하고 D사가 자본을 유치했으며, S건설이 시공을 담당하고 하도급회사인 J 건설이 공사도급을 받은 공사현장이다. 2월과 4월 임금체불 현장 노동자들에 따르면 "건설현장에서 노동자들의 작업 거부로 주요 공정의 작업이 전면 중단돼 있는데도 공무원들의 책상 위 막대그래프에는 9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며 "게다가 골조공사도 언제 마무리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또 "원청회사는 하청회사에 책임을 전가하고, 하청회사는 현장 노동자들의 노임을 가로채서 자기회사 어음을 결제하고, 시행사나 관계공무원들은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5월에는 하청회사가 아닌 원청회사 사정으로 공사가 중단됐다. 표면적 이유는 당초 계약보다 공사비가 늘어나자 S건설 본사가 실사하느라 늦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1차 추가공사비 15억원에다 또다시 4억원이 증가하자 실사를 이유로 임금 지급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근본적인 이유는 아마도 저가도급 때문에 공사비가 추가로 증가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대구의 망신을 넘어 대한민국의 망신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문제를 단순히 업체들의 갈등문제로 돌리기에는 너무나 사안이 중요하다. 대구시는 국가적 대사를 앞두고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대구시정"을 생각해야 한다. 만일 업체들간 갈등이 있다면 그것을 중재하고 규제하는 역할도 서슴없이 해야 한다. 왜냐하면 대구시민의 축제이자 대한민국의 축제인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할 막중한 의무를 시민으로부터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말이 나왔으니 한마디 더하면, 생생하게 잘 사용하던 보도블록도 뜯어 새것으로 교체하고, 차들이 잘 달리던 도로를 재포장하느라 예산을 펑펑 쏟아부어대면서 이런 중요한 지하공간개발공사 하나 해결하지 못한다면 시민을 위해 대구시가 지방정부로서 존재해야 할 아무 이유가 없는 것이다. 사실 현장 근로자도 바로 대구시민의 한 사람들인데 임금체불로 한 가정의 삶을 황폐화시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라는 국가적 대사를 위한 공사이며 시민을 위한 축제인데 시민에게 고통을 주면서 대회준비조차 차질을 빚어서야 되겠는가.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다시 한 번 대구시정을 생각해보게 된다.

박환재(대구가톨릭대 무역학과 교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