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화제 등 일반의약품 44개, 8월부터 수퍼 판매가능

해열 감기약 제외…"여론의식 생색용"

이르면 8월부터 박카스(자양강장제)'까스명수(소화제)'마데카솔(상처치료제) 등 44개 일반의약품의 슈퍼마켓 판매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15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의약품분류소위원회를 열고, 소화제(15개), 정장제(11개), 외용제(6개), 자양강장제(12개) 등을 의약외품(醫藥外品)으로 지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의약외품은 인체에 미치는 작용이 미약해 약사법 개정 없이 슈퍼마켓이나 편의점 판매가 가능한 물품이다.

◆감기약, 해열제는 아직 안돼

이번 결정에 대해 '가정상비약 약국외 판매를 위한 시민연대' 측은 "이번에 발표된 전환 품목에는 국민들이 기대하고 있는 해열제 등 가정상비약들이 포함되지 못했으며, 이는 근본적으로 현행 약사법이 2분류체계(전문의약품, 일반의약품)로 약국외 판매가 가능한 '자유판매약'이라는 분류가 없는데 기인한다"며 "약사법 개정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실제 이번 '일반약 슈퍼 판매' 논란의 핵심은 감기약, 해열제 등의 약국외 판매이지만 당장은 어려울 전망이다. 현행 약사법 규정상 감기약, 해열제의 의약외품으로 전환은 불가능하다는 것. 해열진통제의 주요 성분들은 중추신경 및 말초신경에 작용해 통증을 억제하고 체온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약사법 개정 없이는 중추신경에 작용하는 성분을 가진 이들 약품의 약국외 판매는 불가능하다.

복지부는 위원회 논의와 공청회를 통해 올해 정기국회에 약사법 개정안을 제출, 국민 불편을 해소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기 때문에 이후 논의를 통해 어떤 결과가 나올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조광현 사무처장은 "대구에는 심야응급약국이 2군데밖에 없어 밤 늦은 시간에 약품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며 "일단 약국외 판매는 환영하며, 여론을 의식한 생색내기식 정책을 펼치는 것은 안된다"고 비판했다.

◆44개 슈퍼 판매약 중 절반은 생산 중단

아울러 이번에 슈퍼 판매가 허용된 44개 약 중 절반 가량은 판매 부진으로 이미 생산 중단된 제품인데다, 현재 생산 중인 제품 중 상당수는 시장점유율이 낮기 때문에 실제 슈퍼와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약은 별로 없다는 분석이다.

생산 중단된 약이 절반가량을 차지하는데 대해 보건복지부 측은 "제품 허가가 아직 살아있어서 회사 사정에 따라 언제든지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제약사 측은 "인기가 없어 도태된 상품을 다시 생산하겠느냐"는 입장이다.

그러나 약국외 판매의 첫 물꼬에 트였다는 점에서 시민들은 적극 반기는 분위기다. 대학생 이경민(24) 씨는 "예전에 동생이 밤에 갑자기 체해서 소화제 사려고 문 연 약국을 찾아 동네를 돌아다녔던 기억이 난다. 액상소화제나 상처 치료용 연고를 살 때 약사가 일일이 설명해주는 것도 아닌데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에서 왜 진작 판매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주부 강미영(37'여) 씨는 "부작용이 우려돼 슈퍼에서 약품을 팔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소비자를 바보로 취급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주말에도 보다 편하게 상비약을 살 수 있도록 정비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의약품 분류체계 개편, 난항 예상

이번 소위원회는 2000년 의약분업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열리는 자리였지만 의'약계의 팽팽한 입장 차이만 재확인했다. 약사회 측은 "오남용에 대한 과학적 분석 없이 편의성만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지나치게 많은 전문약을 일반약으로 전환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단 보건복지부는 앞으로 열릴 위원회를 통해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약과 처방 없이 약사가 판매할 수 있는 일반약 목록도 재정비할 방침이다.

그러나 의약품 분류체계 개편과 재분류는 의료계와 약사계의 이익이 걸린 문제여서 논의가 순조롭지는 않을 전망이다. 복지부는 지속적으로 회의를 열어 가능한 한 이른 시일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낸다는 계획이다.

복지부는 21일 오후 4시 열리는 다음 회의에서 의약품 재분류 안건과 약국외 판매 의약품 신설 안건에 대해 자료를 보완해 재논의할 계획이며, 의약외품 전환에 대해서도 위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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