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병수(29) 씨는 이달 12일 오후 8시 52분 동대구발 부산행 KTX를 탔다. 오후 9시 31분 도착 예정이었던 열차는 22분 늦게 부산역에 닿았다. 김 씨는 그날 '지연 보상금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열차 지연 보상금제는 KTX가 20분 이상, 일반 열차는 40분 이상 지연되면 현금 보상이나 열차 할인권을 제공하는 것이다. KTX의 경우 20분에서 40분까지 지연되면 운임요금의 12.5%를 현금으로 지급하고 120분 이상 지연되면 최대 50%까지 돌려주고 있다. 현금 보상을 받지 않은 고객들의 경우 나중에 열차를 예약할 때 25%~100%까지 운임료 할인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홍보 부족과 까다로운 보상 절차때문에 '열차 지연 보상금 제도'가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보상금 제도를 잘 알지 못하는 고객들이 대부분이고 운임료 일부를 돌려받기 위해선 역 창구에서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기때문.
김 씨는 "밤늦게 도착하거나 시간이 급한 경우 2천원도 안 되는 보상금을 받기 위해 창구에서 오랫동안 기다릴 수 있겠느냐"며 "열차 예약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다 되면서 보상금은 왜 역에서 직접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평했다.
코레일이 김기현 국회의원(한나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09년 12월 말까지 2년간 열차 지연으로 보상받아야 할 승객은 10만9천862명에 이르지만, 이 중 72.4%인 7만9천581명은 보상금을 찾지 않았다. 10명 중 7명꼴로 보상금을 수령하지 않은 셈이다. 공중에서 사라진 보상금도 엄청나다. 지난해 국감 자료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09년 12월 말까지 4년간 열차지연 보상 대상 승객 37만6천명 가운데 57.9%인 21만8천명이 보상을 받지 못했고, 금액으로는 6억6천여만원이다.
승객들은 코레일이 보상금 관련 홍보를 강화하고 창구를 찾지 않아도 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서지현(56'여) 씨는 "지연 보상금제가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열차를 자주 타지 않는 승객들이 역 창구를 방문하지 않아도 현금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도착이 20분 이상 늦어지면 열차 안에서 보상금 안내 방송을 내보낸다"며 "지연 보상금을 고객들에게 일일이 계좌이체 해주면 고객정보 유출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 창구에서 현금을 지급하거나 지연 할인권을 제공하는 식으로 불편함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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