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발 한류열풍이 거세다. 대장금 등 몇몇 드라마를 시작으로 아시아에서 촉발된 한류열풍은 아이돌 가수의 진출로 이어졌고 유럽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달 8일, 한국 아이돌 그룹의 공연을 환영하는 파리 드골공항의 인파는 프랑스 현지 언론도 놀라워하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언론의 분석에 따르면 또래집단의 대중음악 영웅이 없는 프랑스에서 한국 아이돌 그룹은 친구이자 영웅으로 환영받는 것이라고 한다. 또 김기덕 등 한국 영화감독들이 프랑스에서 이미 인기를 얻고 있어서 한국대중문화가 이질감 없이 받아들여진 때문이라고도 한다. 여기에 이번 공연을 주관한 기획사의 대표가 10대 시절 '클리프 리처드'의 내한공연을 보고 우리 음악으로 유럽인들을 열광시켜야겠다는 야무진 결심을 했다는 인터뷰 기사도 볼 수 있다.
기사만 보면 한국 아이돌 음악이 프랑스에서 사랑받는 것이 당연한 일처럼 여겨진다. 그런데 언론 기사를 보면 몇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최근 대중음악계는 스타 발굴 프로그램의 전성기를 맞으면서 많은 아이돌 스타들이 등장했다. 이들의 음악은 프랑스에서도 인기가 높다. 그리고 이들은 대체로 또래집단들이다. 그런데 프랑스에 또래집단의 스타가 없다는 말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또 김기덕 등 한국 영화감독들의 영향을 운운한 부분은 더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게 무슨 상관이 있는지! 김기덕 감독의 작품은 프랑스에서 예술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개봉관에서 평균 3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할 정도로 인기도 높다. 천만 관객 시대에 30만이 뭐냐 하겠지만 예술영화에서는 대단한 수치다. 그런 예술영화감독 덕분에 한국 아이돌 그룹이 이질감 없이 받아들여지다니 의아하다. 더욱이 김기덕 감독의 작품은 한국에서 '다르다'는 이유로 개봉관도 잡지 못하는 실정 아닌가. 끝으로 기획사 대표가 했다는 10대 시절의 결심. 이건 대단하다. '클리프 리처드'의 공연이 있은 후 연일 비판기사가 쏟아지고 급기야 정부에서 해외 가수의 내한공연을 한동안 금지시키는 조치를 했던 시절에 한국 가수의 유럽 진출을 꿈꾸었다는 점은 얼마나 가상한가. 본인 스스로 그런 가수가 되겠다는 결심을 한 것도 아니고 한국 가수들을 진출시키겠다는 결심을 했다니 기사를 보고 어찌 놀라지 않겠나. 그게 사실이라면 말이다.
아시아에서의 한류가 전략적인 기획에 의해 이루어졌다면 유럽의 한류는 인터넷의 힘이 크다.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나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확산된 한국 아이돌 그룹의 동영상과 음악이 프랑스 또래집단의 지지를 받게 된 것이다. 이번 기회에 한국대중음악이 유럽에 알려지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욕심을 내자면 아이돌 음악뿐만 아니라 다양한 음악이 소개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호들갑스럽지 말았으면 한다.
권오성 대중음악평론가 useero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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