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향인사] 이동원 공정위 기업결합과장

'을'의 입장서 담합·불공정 거래 규제 앞장…더 늦기전에 대구서도 근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점 및 불공정 거래를 규제해 소비자를 보호하고 경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설립'운영되고 있다. 그런 취지라면 이동원(42) 경쟁정책국 기업결합과장만큼 적합한 인물도 없어 보인다. 인터뷰 도중 수차례나 '그저 평범한 공무원'이라고 강조했지만 행적을 자세히 뜯어보면 항상 빈자의 편에 서서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해왔기 때문이다.

그가 최근 지침 수준에서 고시로 격상시킨 '기업결합 시정조회 부과' 조항이 대표적이다. 생산품의 가격 상승을 유도하거나 시장에서 담합을 유발할 수 있는 기업 간 합병 금지가 핵심인 이 제도로 자본에 의해 소비자들이 손해를 보게 되는 경우를 예방할 수 있게 됐다.

이 과장은 유명 튀김닭 회사의 '치킨 무' 생산에까지 관여했던 일을 떠올렸다. 수백여 개의 가맹점을 거느린 이 회사의 본사는 '치킨 무' 생산을 전면 중단하고 대신 다양한 야채를 사용한 샐러드를 공급하려고 했다. 가맹점들이 원가 상승 등을 이유로 반대하면서 본사와 마찰을 빚자 카르텔조사팀원이던 이 과장이 중재에 나섰다. 결국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횡포에 맞서 소규모 가맹점들의 권익을 보장하는 '가맹사업 거래의 공정화법'이 이 과장의 손에서 탄생했다. 당시에는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을 보호하는 법 조항이 없던 터여서 새로 제정하는 이 법을 위해 그는 수개월간의 야근을 감수해야만 했다.

이 밖에 민간자격증 사업자들의 허위 광고에 대한 규제, 소주 업체의 가격 담합, 대형마트의 납품업체에 대한 부당행위 근절 등 소비자가 손해를 본다는 분야는 팔을 걷어붙이고 이 과장이 앞장섰다.

과도한 규제를 받는 기업들의 원성을 살 것도 같다는 질문에 그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업무를 추진하는 데 최우선을 두는 부분이 합리성이기 때문이란다. "모든 업무에 내용적 합리성과 절차적 합리성을 갖추면 사회에 적합한 제도가 탄생하게 됩니다. 내용적 합리성이란 모든 이익집단의 주장을 관찰하는 것이고, 절차적 합리성은 이익을 보는 당사자들의 동의를 구하면서 추진하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만 지킨다면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누구도 저에게 욕하지 못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2006년 서기관으로 승진한 뒤부터 고향으로 자꾸 눈길이 간다고 했다. 지난해 공정위 조사 결과 대구경북 내 건설사 입찰 담합만 3건이 드러났고, 주류도매업자들의 가격 담합으로 주당들의 지갑이 털린 사건도 여러 건이 적발됐다. "공정위 대구사무소에서 일해 보고 싶습니다. 공정거래를 위한 일을 하고 있지만 이왕이면 가족 같은 지역민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가끔씩 듭니다."

주변에선 이 같은 그의 뜻에 반대한다. 대구사무소장이 승진하는 자리도 아닌데다 중앙본부 핵심 과장 자리를 박차고 지방으로 지원한다는 그의 판단이 손해라는 것이다. 하지만 더 늦기 전에 고향 근무를 반드시 해보고 싶다는 그의 의지는 좀처럼 약해지지 않을 듯했다. 청도가 고향인 이 과장은 청도 매전초'중, 영진고,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38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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