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대구 성서경찰서 정문 앞. 대구 지역 노동단체 관계자 30여 명이 '진실을 밝혀 달라'며 시위를 했다. 이달 12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네팔 출신 근로자 던 라즈(41) 씨의 자살 이유를 밝혀 달라는 호소였다.
당시 던 씨는 고국에 있는 아내와 두 자녀 등 가족들에게 돌아갈 비행기표를 끊어둔 상태였다.
던 씨는 "나는 결백하고 아무 잘못이 없다. 회사가 나를 속였다. 나는 미치지 않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채 목을 매 숨졌다.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연대회의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에 들어온 던 라즈 씨가 9개월 간 대구 성서공단의 한 업체에서 일하면서 온갖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며 "해당업체가 던 씨를 도둑으로 몰고 따돌림을 시키며 해고했다"고 주장했다.
노동단체들은 던 씨가 고용주의 동의없이는 다른 사업장으로 이직할 수 없는 고용허가제의 맹점에 희생됐다고 보고 있다.
6개월 전 고용허가제를 통해 대구 한 섬유공장에 취업한 미얀마 출신 A(35) 씨는 석 달째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회사를 떠날 수 없는 처지다. 사업주의 동의없이 회사를 떠날 경우 불법체류자가 되는 현실이기 때문.
A씨는 "운 좋게 사업장을 옮기더라도 밀린 임금을 받을 수 없다"며 "회사가 임금 체불을 교묘히 이용해 근로자들을 붙잡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고용허가제로 입국하면 3년간 고용주와 계약을 해야 한다. 다른 곳으로 옮기고 싶어도 고용주의 동의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대구외국인력지원센터 관계자는 "대부분 저임금과 임금 체불에서 벗어나기 위해 직장을 옮기려고 하지만 전 고용주가 동의해주지 않아 불법체류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고용 허가가 끝나 출국해야 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올해에만 3만3천897명, 내년에는 6만2천178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의 경우 외국인 근로자는 2006년 4천776명에서 지난해 말 현재 9천717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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