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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키우다 등골 휠 판"…애완동물 진료비에 10% 부과세

수의사회 반발…21일 병원 휴진 대규모 집회

16일 대구 중구 동인동물병원 최동학 원장이
16일 대구 중구 동인동물병원 최동학 원장이 '애완동물 진료 부가가치세 반대'라는 플래카드를 걸고 애완견 진료를 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정부가 다음달부터 개와 고양이 등 애완동물 진료비에 10% 부가가치세를 걷기로 하자 애완동물을 기르는 시민들과 대한수의사회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애완동물 주인들은 "지금도 애완동물 진료비가 비싼데 부가세까지 걷으면 부담이 엄청나다"며 반발하고 있고, 수의사회는 21일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대규모 궐기대회와 병원휴진을 계획하고 있다.

◆등골 휘는 애완동물 진료비

16일 오후 대구 중구 동인동 동물병원. 애완견을 품에 안은 시민 4명이 관리사무소 벽에 붙어 있는'애완동물 부가세 관련 공지문'을 읽고 있었다. 홍종곤(73'동구 신천동) 씨는 "키우고 있는 애완견이 피부병을 앓아 검사받고 예방접종 주사를 맞히는데만 8만원이 나갔다. 병원에 두세 번만 가면 한 달 용돈이 날아가는데 진료비가 더 비싸지면 이 녀석을 어떻게 키울지 막막하다"고 걱정했다.

최우석(29) 씨는 최근 애완견'장루'(말티즈)와 '장비'(코카스파니엘) 진료비로 200만원을 넘게 썼다. 애완견 수술을 위해 대구 중구의 한 병원을 찾은 최 씨는 "장루와 장비가 한꺼번에 아프면 병원비 감당이 안 된다. 진료비가 오르면 유기동물이 늘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푸념했다.

◆진료비 부가세, 서민부담만 가중

애완동물 진료비에 부가세를 부과하는 방안은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했다. 기획재정부는 애완동물 진료비와 함께 미용성형수술 등에 부가세를 과세하는 방안을 다음달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400여만 가구로 추정되며, 2006년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발표한 '소득별 개'고양이 사육 현황'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 418명 중 월 소득이 200만원 이하인 사람들이 36%(15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로 애완동물을 가족처럼 의지하는 어르신들이 많아 이들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대한수의사회는 이달 21일 동물보호단체 등 전국 32개 단체와 연대해 과천 정부청사에서 '동물 진료비 부가세 반대 시민문화제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이 집회에 400여 명이 참가하는 대구의 경우 경북대 수의과대학 동물병원을 제외하고 140여 개 동물병원이 이날 휴진하기로 했다.

대구시수의사회 최동학 회장은"사람 진료 때는 부가세를 걷지 않으면서 동물 진료에 부과세를 매기는 것은 형평성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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