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인디언' 혈통의 짐 소프(미국)는 1912년 스톡홀름올림픽에서 10종 경기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5종과 10종 경기를 동시에 제패하며 스웨덴 왕 구스타브 5세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선수'라는 극찬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 대회 3년 전 미국 프로야구 마이너리그에서 주급 15달러를 받고 선수로 뛴 사실이 밝혀지면서 '아마추어리즘'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이듬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메달과 선수 자격을 박탈당했다. 그러다 1982년 IOC가 소프의 복권을 인정, 세상을 떠난 소프를 대신해 자녀들에게 금메달을 반환했고, 이는 프로 선수들에게도 올림픽 문호가 개방되는 계기가 됐다.
1980'1984년 올림픽 2연패, 세계육상선수권 초대 챔피언, 16년간 세계 기록 보유 등 화려한 경력의 댈리 톰슨(영국)은 1988년 올림픽 3연패를 눈앞에 뒀지만 장대높이뛰기에서 폴이 부러지는 바람에
늑골을 다쳐 4위에 그쳤다. 톰슨은 이러한 부상에도 다음 경기인 창던지기와 마지막 1,500m 경기까지 다 마쳐 진정한 철인의 모습을 보여줬고, 10종의 '전설적인 선수'로 남아 있다. 댄 오브라이언(미국)은 1991년 도쿄대회부터 1995년 예테보리대회까지 세계육상선수권대회 3연패, 1996년 올림픽까지 석권하며 1990년대 '10종 지존'으로 군림했다.
현재 세계 기록(9천26점) 보유자인 로만 제블레(체코)는 남자 10종 경기 역사상 9천 점을 넘긴 유일한 선수다. 그의 기록은 10개 종목에서 각각 세계 최고 선수들이 90% 이상의 능력을 발휘했을 때 나올 수 있는 점수다. 2001년 세계선수권 우승 및 세계 기록 작성, 2004년 올림픽 금메달 등 승승장구하다 2007년 훈련 중 다른 선수가 던진 창이 오른쪽 어깨를 관통하는 부상을 입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그해 세계선수권에서도 우승했다.
'철녀(鐵女)'로 불리는 여자 7종 경기의 재키 조이너 커시(미국)는 농구를 하다 1982년 미국 7종 경기 챔피언에 오르면서 본격적으로 육상을 시작했고, 1988'1992년 등 올림픽 2연패, 세계선수권 2회 우승을 달성하며 최고의 자리에 우뚝 섰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그가 작성한 7천291점은 거의 모든 종목에서 기준(1천 점)을 넘은 '불멸'의 점수에 가깝다. 카롤리나 클루프트(스웨덴)는 2004년 올림픽 우승, 세계선수권 3연패(2003'2005'2007년)를 달성하며 커시의 뒤를 이었다.
한국 선수로는 김건우(문경시청)가 독보적이다. 김건우는 이번 대구 대회에서 8천 점을 넘겨 일단 8강에 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의 최고기록은 2006년 세운 7천824점. 그는 지난해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7천808점을 기록해 B 기준기록(7천800점)을 통과, 이번 대회는 물론 2012년 런던올림픽 출전자격까지 자력으로 획득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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