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형편 때문에 본국에서도 하지 못한 결혼식을 한국인들의 도움을 받아 올리게 돼 감개무량합니다. 결혼식을 앞두고 마음이 설레 며칠 전부터 잠도 제대로 못 잤습니다."
5년 전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으로 와 구미 산동면의 한 기업체에서 일하는 스리랑카인 붓띠끄(29) 씨와 3년 전 남편을 뒤따라 온 스리랑카인 사치(26) 씨. 이들은 스리랑카에 있을 때부터 함께 살아온 부부이지만 어려운 형편 때문에 여태껏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다. 사치 씨는 구미에 처음 왔을 땐 구미공단 한 기업체에서 일하며 돈을 벌면 남부럽지 않은 결혼식을 올리겠다고 꿈꿔왔지만 2년 전 딸아이가 태어나면서 직장을 그만뒀고, 생활형편은 여전히 펴지지 않아 결혼식은 가슴 한쪽에 묻어둬야만 했다.
7년 전 한국에 온 캄보디아인 리헹(35) 씨와 4년 전 한국에 온 캄보디아인 쏙히응(29'여) 씨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들은 3년 전 구미공단의 한 기업체에서 일하다 사랑을 싹틔웠고, 돈을 벌어 생활안정을 찾은 뒤 결혼식을 올리자고 언약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월급 대부분을 형편이 어려운 캄보디아의 가족들에게 보내줘야 하는 상황이어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채 동거 중이다.
이들 동거 부부들과 비슷한 사연을 가진 6개국 이주노동자 커플 8쌍이 18일 구미에서 뜻 있는 사람들과 단체의 도움을 받아 합동결혼식을 올린다.
이날 결혼식은 김영일 김천의료원장의 주례로 하객 100여 명의 축하 속에 이뤄질 예정이다. 구미 마하 이주민센터의 박재수 센터장과 부인 최윤희 구미1대학 교수가 이주노동자 커플의 대리부모를 맡았다. 구미 불교전통사찰협의회(회장 법성 스님)는 이번 결혼식을 주최하면서 신랑'신부들에게 첫날밤을 잘 보내라며 호텔금오산 객실 1개씩을 잡아 줬다. 또 구미역사 컨벤션센터는 결혼식장 및 하객 음식을, 웨딩숍 사랑이야기(대표 정태영)는 신랑'신부 예복 및 화장을, 구미1대학 특수보육과 교수'학생들은 부케를, 구미 개인택시운전 불자회 회원들은 이들 커플의 경주 신혼여행길에 택시를 각각 무료로 제공한다.
이날 행사는 구미지역 이주노동자단체 '꿈을 이루는 사람들' (대표 진오 스님)이 운영하는 구미 마하 이주민센터가 주관했다.
진오 스님은 "이주노동자 동거 부부들에게 한국생활의 안정감을 주기 위해 결혼식을 주선했다"며 "이주노동자 동거 부부들이 더 많지만 비용 때문에 결혼식을 다 올려주지 못하는 점이 늘 아쉽다"고 했다.
구미'이창희기자 lch88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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