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당장은 반값 등록금 실현에 역량 모아야

반값 등록금 문제가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달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발언 이후, 촛불집회,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공약, 언론의 사립대학 적립금 공개와 갖가지 문제점 비판으로 이어졌다. 또 대학 구조조정과 부실 대학 퇴출 문제로까지 확대하면서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국내 모든 대학의 당면 문제로 떠올랐다.

이에 맞춰 정부도 대책을 내놓았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부실 사립대에는 재정 지원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 장관은 한 발 더 나가 31개 국공립대 중 하위 15%에 대해 정원 감축 등의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하위 15%에 대한 제재는 사립대학에도 적용한다. 이 장관은 이미 국회 대정부 질의 때 학자금 대출 제도 제한 대학을 올해는 전체 대학의 15%인 50개로 늘려 발표하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은 예상할 수 있는 걸림돌이 많아 현실성이 떨어진다. 국공립대학 구조조정에 나서려면 관계 법안의 국회 통과가 먼저다. 또 사학재단은 늘 비리의 온상이었지만 이를 제재할 수 있는 관계 법안은 한 번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늘 계류 중이다. 재단의 강력한 반발 때문이었다. 재정 지원 제한은 사학재단을 옥죌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지만 정부는 지금까지 제대로 활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그동안 사학재단과 관련한 문제에서 철저하게 무기력했다. 지난해 교과부가 실사를 통해 퇴출 혹은 구조조정 대상 대학을 선정하고도 대학의 반발에 밀려 주춤거리는 것도 이를 잘 보여준다. 또 학자금 대출 제한은 사립대학에 대한 제재 효과보다는 학생이 피해를 보고 있다.

현재의 흐름이라면 반값 등록금의 공론화가 오히려 본질을 흐리는 셈이다. 물론, 반값 등록금 문제는 사립대학의 적립금이나 부실대학 퇴출 등과 같은 연장선에 있고, 80%가 넘는 대학 진학률이나 대학 졸업 여부에 따른 임금 격차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이렇게 확대하면 끝이 없다. 필요한 것은 당장 반값 등록금의 실현 방법이다. 더구나 사학재단 제재는 여러 가지 복잡한 사전 절차가 필요한 만큼 지금은 반값 등록금 실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옳다. 대학의 자진 인하 여력을 조사하고, 정부의 재정 지원 방안을 빨리 마련해 늦어도 내년 신학기부터는 등록금 인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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