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에세이 산책] 히말라야에 부는 바람 -첫 번째

5년 만에 찾은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Kathmandu)는 너무도 많이 변해 있었습니다. 공항 대합실 유리창을 가득 메우던 걸인들의 눈동자를 대신한 자리에는 여행자들을 호객하는 청년들의 휴대폰이 끊임없이 울려대고 있습니다. 그 많던 걸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그들이 가난을 극복하고 삶의 터전을 잡았다면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이지만 왠지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오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어둠이 깔리는 공항을 빠져나오며 어쩌면 이번 여행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처럼 외국인들이 머무는 타멜(Thamel) 거리에 숙소를 잡습니다. 경제난으로 계속되는 정전 사태에 각 숙소에는 발전기 돌아가는 소리가 마치 공장가동 소리처럼 들립니다.

아마도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은 예감은 거리를 지키고 있는 무장한 군인들의 모습에서 발견하게 됩니다. 감출 것이 많은 권력은 지킬 것이 많아 보입니다. 2005년 네팔의 민주화가 가져온 것이 무엇이었는지 낯선 여행자의 눈에는 보일 듯합니다. 왕정에 반대해 총을 들었던 마오이스트(maoist)들이 그 총을 버리고 정치판에 뛰어들었을 때, 권력이 주는 안락함은 그들의 보상심리를 자극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들이 왕정에 빌붙었던 기득권과 권력을 나눠가지며 그것을 지키기에 급급해 하는 순간, 민중을 위한 혁명의 순수성은 사라지고 없는 것이지요.

거의 삼일 간격으로 벌어지는 번다(총파업)에 시민들의 표정은 이미 지쳐 있습니다.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무엇을 위한 것인지도 모르고 상인들은 문을 닫고 사람들은 일상에서 소외되고 있습니다. 민주화의 과정 속에서 단결을 호소했던 번다는 이렇듯 집단적 이익을 대변하는 도구로 전락했고 시민들의 삶을 유린하고 있는데도 정권은 그저 권력을 지키기 위해 무장 병력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적선을 하던 아이들의 남루함도 그들이 가장 감추고 싶어했던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왠지 모를 불편함 끝에 줄지어 서 있는 군인들 뒤에 앉았습니다. 저들조차도 희생양임은 분명하지만 보이지 않는 권력의 비열함 앞에 이렇게라도 마주하지 않는다면 너무나 무기력한 여행이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듭니다. 단돈 20루피(300원)로 거리에서 아침을 해결하며 함께 웃던 사람들을 어쩌면 영원히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변화의 바람이 옳은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이유도 판단할 근거도 제대로 없긴 하지만 정말 사랑했던 히말라야의 바람은 어디로 부는 것인지 마냥 아프기만 합니다. 영원한 불교의 성지 보드나트(Bothnath)에 가면 해답을 얻을 수 있을까요. 5년 만에 찾은 카투만두의 밤, 그 시간 만큼이나 여행자에게는 너무도 낯섭니다.

전태흥 (주)미래티앤씨 대표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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