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민기자] "조금이라도 더 건강할 때 모습 남기고 싶어"

초여름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르는 이달 15일 오후 대구시 달서구 유천동에 위치한 대곡역 화성파크드림 경로당에는 조명과 스크린을 갖춘 작은 이동 스튜디오가 설치됐다.

예쁜 화장을 하고 한복과 양장을 곱게 차려입은 할머니와,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머리를 단정하게 한 할아버지 20여 명이 장수사진 촬영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곡역 화성파크드림 입주자 대표회의는 이날 경로효친 사상을 고취시키고 건강을 기원하기 위해 입주민의 양가부모들에게 무료로 장수사진을 찍어드렸다.

사진사는 아파트 입주민이 자원봉사를 했고 액자, 인화, 코팅 등 모든 비용은 입주자대표회의 운영비를 아껴 충당했다.

이 아파트 김인표(85) 노인회장은 "건강할 때 모습을 사진에 담을 수 있고, 한번은 사용할 사진이라 어른들이 많이 참여했다"며 "어버이날이나 복날 행사 때마다 먼저 어른들을 챙겨주는 아파트 대표 및 부녀회에 고맙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이날 부녀회원들도 동참해 사진 촬영 때 어르신들에게 자세를 바로잡아주는가 하면 한복 저고리 고름과 옷매무새를 다듬어 주기도 했다.

권양순(56) 부녀회원은 "어르신들 모두가 내 부모님처럼 조금이라도 사진이 잘 나오도록 세심하게 배려했다"며 무더위 속에서도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날 사진 촬영에는 멀리 봉화에서 병원을 다니러 오는 길에 직접 80대 시부모님을 모시고 온 착한 며느리도 있고, 친정 부모님을 모시고 어린 자녀를 동반해 3대가 함께 오기도 하는 등 정겨움이 넘쳤다.

이현우 대표회장은 "최근 갑작스런 치매로 길을 잃은 어르신을 자식들이 찾기 위해 전단지에 사용할 사진이 10년 전의 모습이라는 안타까운 기사를 보고 어르신들의 건강한 모습을 담아드려야겠다는 마음에서 장수사진을 촬영하게 됐다"고 했다.

글·사진 권오섭시민기자 newsman114@naver.com

멘토: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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