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만 봐서는 분명 문화예술계 인사다. 영화진흥위원회 위원, 국제문화교류재단 이사, 콘텐츠진흥원 비상임이사, 중소기업중앙회 문화콘텐츠특별위원회 위원, 컴퓨터그래픽산업협의회 회장…. 캐리커쳐가 그려진 명함과 다소 튀는 안경, 손목시계도 그런 심증을 굳게 한다. 하지만 김재하(48) 서울예술대학 디지털아트학부 교수는 컴퓨터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어엿한 공학도이다.
"공학을 전공했지만 예술을 이해하는 사람이라고나 할까요. 대한민국이 진정한 문화 강국으로 업그레이드 되기 위해서는 예술과 과학이 결합한 콘텐츠산업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생각에 10여년 전부터 이 분야를 연구해왔습니다. 다행히 운이 좋아 트렌드를 이끄는데 기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디지털 콘텐츠 전도사'로 널리 알려진 그가 맡고 있는 과욋일들은 모두 한국의 미래 신성장동력산업으로 꼽히는 콘텐츠산업과 관련돼 있다. 특히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영화 '아바타'의 성공 이후 열풍이 불고 있는 3D 콘텐츠.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3D 콘텐츠산업 육성계획'을 발표하고 4천6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국내 모든 콘텐츠의 20%, 전국 스크린의 50%를 3D화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콘텐츠의 경쟁력이 갈수록 높아질 것입니다. 분명히 우리는 미국에 비해 3D기술이 뒤처져있지만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되는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뛰어난 IT 인력이 풍부한 장점을 잘 살린다면 격차도 좁힐 수 있습니다. 3D 콘텐츠의 성패는 기술력과 노하우를 이해하는 전문인력 육성에서 갈리거든요."
김 교수는 스마트 미디어시대에는 영화산업의 제작'유통'상영 방식이 획기적으로 변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영화 제작기술의 일부를 이용한 새로운 융합콘텐츠가 등장할 가능성도 점쳤다. "뮤지컬이나 오페라에도 홀로그램(hologram)이나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할 수 있겠지요. 영화 같은 연극을 한 번 상상해보세요. 훨씬 재미있지 않을까요? 대구에 있는 우수한 인적 자원들이 창의성 있는 공연 상품을 개발한다면 세계시장에서도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봅니다."
김 교수는 어릴 때부터 '끼'가 많은 편이었다. 고교 시절에는 방송반 활동을 했고, 음악감상실에서 DJ로도 일했다. 물론 영화는 광적으로 좋아했다. "엔터테인먼트산업에 관심이 컸죠. 대학에서도 연출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한의원을 하시던 부친이 무척 보수적이셔서 말도 못 꺼냈습니다. 하지만 피는 못 속이나 봅니다. 제 딸이 음악을 전공하고 있는 걸 보면요." 그의 부인은 트로트가수 한세희(44) 씨다.
재경 출향인사들이 고향 발전의 아이디어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2009년 설립한 '달구벌 희망포럼'의 부회장도 맡고 있는 그는 대구 대성초교, 경운중, 성광고, 경기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했다. 미국계 IT기업에서 10년간 근무하는 동안 숭실대에서 컴퓨터공학 석'박사과정을 마쳤고 1997년부터 대학 강단을 지키고 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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