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향인사] 정치적 역량 쌓은 뒤 고향 위해 봉사 하고 싶어요…김정재 서울시의원

"우리 때는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고 했었지. 그런데 뭐∼ 여자들이 정치를 한다고. 그럼 소는 누가 키워!"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코미디 프로그램의 한 대목이다.

세상이 달라졌다. 이제는 여성이 대세다. 김정재(45) 서울특별시의회 의원 역시 어린 시절에는 '울어서는 안 되는 암탉이 되어야 한다'고 배우며 자랐다.

대학진학을 두고 고민을 거듭하던 1983년. 딸이 가까운 국립대학교에서 공부를 마치고 교사의 길을 가기를 원하던 부모님의 기대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착한 딸'은 더이상 착한 딸로 사는 것을 거부하고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선택했다. "그때부터 행복 끝, 고통 시작"이었다며 "매 학기 장학금을 타기 위한 힘겨운 노력의 연속이었다"고 김 의원은 회고했다.

그녀의 '도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대학원 졸업과 함께 2000년 유학을 가겠다고 나선 것이다. 김 의원이 서른 다섯 살에 미국으로 유학을 가겠다고 하자 집안에서는 '호적을 파서 가라'며 완강하게 반대했다. 김 의원이 결혼해서 단란한 가정을 꾸릴 생각은 하지 않고 본인의 꿈만 좇는 데 열중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본인 뜻대로 미국에서 공부를 마쳤고 2006년 서울시의원으로 정계에 데뷔했다. 부모님의 기대와 희망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다. 철저하게 자신의 의지와 힘으로 오늘을 만들어 냈다. 부모님조차 김 의원의 서울시의원 당선소식을 뉴스를 통해 알았을 정도였다.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긴 했지만 제가 정치를 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어요. 정치를 하면서 보람 있는 일을 많이 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거든요. 보다 많은 여성들이 정치에 참여하길 바랍니다. 기회는 열려 있습니다. 작심만 한다면 주변에서 도와주는 분들이 많이 나타납니다. 저도 그랬고요."

김 의원은 2006년 지역구(서울 서대문구) 서울시의원을 지낸 뒤 2010년 지방선거에선 비례대표(1번)로 다시 서울시의회에 진출했다. 반대의 경우는 있지만 지역구 의원이 비례대표로 재선에 성공하는 일은 흔하지 않다.

그녀가 기억하는 고향 포항은 '활력 넘치는 곳'이다. 70년대 노란색 작업복을 입고 형산강을 건너 출퇴근하던 포항제철(포스코) 근로자들이 그랬고 스스로도 포항에서 학교 다닐 때 거칠 것이 없었다.

김 의원은 보다 충실하게 정치적 역량을 쌓은 뒤 고향을 위해서 '봉사'하고 싶다는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김 의원은 포항 중앙초-동지여중-포항여고-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이화여대 대학원(국제정치학 석사)을 졸업하고 미국의 한 로스쿨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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