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능성 원단서 옷까지 직접 생산 "승산있어요"

경영텍스의 당찬 도전

경영텍스 직원들이 완제품 생산을 위해 아이디어를 나누고 있다.
경영텍스 직원들이 완제품 생산을 위해 아이디어를 나누고 있다.
이명규 대표
이명규 대표

'잃어버린 10년'

대구 섬유에 따라다니는 꼬리표다. 오랜만에 활황의 기회를 맞이한 대구 섬유는 앞으로의 먹을거리를 고민하는 시기가 됐다. 수많은 섬유회사들 중 '경영텍스'는 부가가치가 높은 완성 의류 제조로 사업을 확장한 '미래 준비형' 기업이다.

◆원단에서 완성품으로

1997년 설립된 '경영텍스'는 현재 교직물과 마이크로원단, 메모리 및 기능성 소재 섬유를 생산 판매한다. 초창기 회사는 원사를 이용해 단순 1차원단(생직물)을 만들었다. 당시만 해도 섬유산업이 활발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생직물 하나로도 연매출 300억원 이상을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순수 이익은 그리 크지 않았다.

이러한 점을 고민한 이명규 대표는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았고 단순 원단에서 염색 가공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염색은 외부에 맡기고 원단을 판매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후 사업분야를 계속해서 확장했다. 기능성 원단에까지 손을 넓히면서 해외 수출에도 집중했다. 이 대표는 "매년 중국 광저우와 상하이, 미국 뉴욕, 프랑스 등 해외 전시회에 참여하고 있다"며 "앞으로 해외 수출과 내수 시장 비율을 똑같이 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회사가 본격적으로 빛을 발한 것은 3년 전 마케팅 강화 사업으로 시작한 샘플 제작이었다. 회사에서 생산한 원단을 이용해 샘플로 옷을 만들어 납품 업체에 보여줬던 것. 자신들의 원단의 질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반응이 남달랐다. 이 대표는 "거래처에서 샘플을 보고 자신들 상품에 반영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다"며 "3년 가까이 해보니 나 자신도 패션에 대한 안목이 생기는 것 같다"고 웃었다.

창립 15년째인 올해부터 회사는 제 2도약을 위한 준비 중이다. 완성 의류을 생산하기 시작한 것. 이를 위해 경력 디자이너를 고용하는 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미 샘플 제작을 통해 완성품을 만드는 노하우도 생겼다"며 "앞으로 봉제라인도 설치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주요 제품군은 여성의류로 바지와 재킷 위주다. 현재 4, 5개 업체에 OEM 방식으로 납품을 실시하고 있다. 회사 측은 "아직 상표 등록은 하지 않았지만 1, 2년 뒤 반응이 좋으면 자체 브랜드로 만들 생각이다"고 언급했다.

'경영텍스'는 완제품 생산에서 가격 경쟁력이 강점이라 설명했다. 원단을 직접 취급하기 때문에 중간 비용이 없기 때문. 이 대표는 "보통 다른 제품보다 가격이 30% 저렴하다고 보면 된다"며 "하지만 소재와 질적으로 유명 브랜드와 차이가 없다"고 자신했다.

이 같은 사업 확장을 통해 회사는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30억원이 늘어난 100억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교사에서 사장으로

'경영텍스'의 독특한 점은 대표의 경력이다. 이명규 대표는 섬유라고는 전혀 몰랐던 고등학교 교사 출신이다. 이 대표는 "회사 설립은 동생이 했다"며 "사업을 확장하면서 동생이 회사를 가족 중 누군가가 맡기를 원했고 결국 내가 회사 대표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2000년 동생의 대표자리를 이어받은 이 대표는 처음 회사를 맡았을 때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는 "하지만 동생이 회사 내실을 잘 다져놔서 별 무리는 없었다"며 "오히려 나는 회사의 앞으로의 모습을 그리는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00년대 초반 중국의 저가 제품 공세가 이어지면서 부가가치를 올리기 위해 단순 생산에서 마케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 계획을 세웠다. 과거 교사로 임용되기 전 1년간 영업직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납품업체를 대상으로 회사의 제품을 홍보하는데 힘썼다.

이 같은 활동 덕분에 이 대표는 '마당발'이라고까지 불렸다. 기업인에서부터 교수, 변호사, 공무원까지 각계각층에 걸쳐 깊은 인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 대구경북소재개발협의회 회장과 섬유 관련자들의 모임인 '텍스비전 21' 부회장을 맡고 있는 점도 인맥을 중시하는 이 대표의 철학을 보여준다. 중국의 섬유업체 대표도 한국에 들리면 이 대표를 따로 찾아 섬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정도.

그는 "사람을 잘 알아야 그들에게 필요한 원단을 만들 수 있다"며 "한 번 맺은 인연은 어떤 일이 있어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힘주며 말했다.

섬유산업 미래에 대한 질문에 그는 거침없이 "당연히 다시 살아난다"고 대답했다. "대구만큼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을 본 적이 있습니까?"라고 반문하는 그의 눈에서는 믿음이 보였다. 그는 "어려운 시기를 겪고 살아남은 기업들은 신소재 개발과 신사업 개척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러한 노력이 과거 섬유 지역의 영광을 불러올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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