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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재미에 늙지도 않아" 구미시 노인종합복지관

중입검정고시 2명 합격…어르신들 '향학열기' 후끈

구미시노인종합복지회관 중입검정고시반 10여 명의 어르신들이 중입검정고시 합격을 위해 책과 씨름하고 있다. 전병용기자
구미시노인종합복지회관 중입검정고시반 10여 명의 어르신들이 중입검정고시 합격을 위해 책과 씨름하고 있다. 전병용기자

"수업 마치는 종이 울리면 수업시간에 배운 것을 다 까먹어요. 나이들어 공부하느라 힘들지만 대입검정고시에 도전한다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재미있게 공부합니다."

22일 오전 10시 구미시노인종합복지회관 중입 검정고시반. 10여 명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선생님의 말씀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공부에 대한 집념은 여느 학교의 수업 시간보다 진지하다.

최근 중입 검정고시반에 경사가 생겼다, 지난달 대구 동일초등학교에서 치러진 중입검정고시에 7명이 응시해 권학연(86)·손필화(73·여) 어르신이 당당히 합격을 했기 때문이다. 나머지 어르신들은 과목 합격을 해 오는 9월 치르는 시험에 남은 과목을 합격하면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게 된다.

구미시노인종합복지회관 중입검정고시반은 지난해 개설돼 1년 만에 이 같은 성적을 냈다. 손필화 어르신은 "지난해부터 중입검정고시를 준비하면서 합격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며 "공부한 지 2년 만에 한 번에 합격하니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권학연 어르신은 합격증을 받아들고 "너무 기쁘다. 그동안 각종 서식 학력란에 학력을 쓰지 못해 난감했는데, 이젠 그런 일이 없어졌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구미시노인종합복지회관 중입검정고시반의 어르신들은 60~80대이며 1주일에 하루 2시간씩 국어, 수학, 사회, 실과, 도덕, 과학 등 수업을 받는다. 국어와 사회, 도덕 등은 어느 정도 따라갈 만하지만 어르신들에게 수학과 과학은 쉽지 않다. 수업만으로 부족해 집에서도 혼자 책과 씨름하는 날이 계속된다.

이들 어르신들에게는 공부하는 것도 힘들지만 검정고시 시험 답안지 OMR카드 작성도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렇다보니 OMR카드 작성 연습만 꼬박 한 달 동안 한다고 한다.

이정식 어르신은 "초등학교 4학년인 손녀에게 모르는 것을 물어 배우지만, 손녀가 아직까지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부분은 며느리한테 배운다"며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공부하려니 어렵긴 하지만 배울수록 재미있다. 대입검정고시까지 도전할 계획이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김광식 어르신은 "한글을 깨우치고 나서는 컴퓨터로 채팅도 하고 있다"며 "공부에 재미가 드니 늙지도 않는 것 같다"고 자랑했다.

구미시노인종합복지회관 배철현 관장은 "어르신들이 열심히 공부할 수 있도록 좋은 여건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구미·전병용기자 yong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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