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가꾸며 바르고 튼튼하게 자라나는 명덕 어린이.'
대구시 중구 남산동에 자리 잡은 명덕초등학교는 1940년 4월 개교, 71주년을 맞은 올해까지 3만3천여 명의 동문을 배출했다. 196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는 전교생이 7천여 명이 넘는 대형학교였다. 교실이 모자라 학생들은 3부제로 나눠 수업을 했으며 졸업생이 한 해에 1천여 명이 넘을 때도 있었다.
'명덕'(明德)이란 교명처럼 이 학교는 꿈과 올바른 심성을 기르는 요람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면서 명덕초교는 학생 수가 급감해 최근엔 전교생이 채 220여 명도 되지 않는 도심 속 미니학교가 됐다. 이에 2001년 김용운(17회·정안농산 회장·전 총동창회장) 동문을 중심으로 총동창회가 설립됐고 모교지원에 나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2009년 명덕초교 폐교론이 나오자 많은 동문들이 교육청에서 농성하며 폐교 움직임을 차단했다.
올 1월 취임한 강구태(24회·55·늘열린성모병원 원장) 총동창회장은 "올해 우선적으로 모교에 1천만원 상당의 학습기자재를 지원할 예정이며 특성화를 통해 전학 오는 학교가 되도록 총동창회에서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모교의 역사에 비해 총동창회 연혁이 상대적으로 짧다"면서 "동문들의 참여와 단합 및 화합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로 모임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전태병(30회·52·건축사) 사무국장은 "이달 말 신축 강당 준공식을 갖는데 총동창회도 모교 행사를 지원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장학금 및 모교 지원
설립된 지 열 돌이 채 되지 않은 명덕초교 총동창회는 모교 지원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총동창회는 연 15명의 결식 재학생을 후원하고 있으며, 매년 입학식과 졸업식 때 학습기자재와 도서 등을 지원한다. 또 후배들의 면학분위기 조성을 위해 필요할 때마다 학교시설 증·신축에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김종곤(17회·개인사업)·권원강(17회·교촌치킨 회장) 동문 등은 매년 일정액의 장학금과 각종 학습기자재를 지원하고 있다.
총동창회는 모교에 교기가 없는 점을 아쉬워하고 있다. 이전엔 야구부와 핸드볼부가 있었지만 지금은 미니학교로 변해 교기를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남우식(21회)·함학수(22회)·이선희(22회) 선수 등이 명덕초교 야구부 출신이다.
◆영화 '저 하늘에도 슬픔이'의 산실
1965년 김수용 감독의 영화 '저 하늘에도 슬픔이'가 개봉되자 전국 초·중·고등학생들의 눈물이 바다를 이뤘다. 50대 이상이라면 누구나 기억할 만한 이 영화는 노름꾼 아버지의 학대로 어머니마저 가출한 후 구두닦이와 신문팔이로 어린 동생들을 돌봐야 했던 소년가장의 실화를 그렸다. 이후 소년가장의 효성은 아버지를 새사람으로 만들었고 가출했던 어머니도 돌아오게 해 다시 행복을 찾는다는 줄거리로 이 소년가장이 바로 명덕초교 21회 동문 이윤복(작고) 씨였다. 당시 담임이었던 김동식 교사가 4학년 이윤복 군의 일기를 보고 감동해 1964년 책으로 출간했고 이듬해 영화화됐던 것. 당시 명덕초교엔 이윤복 군과 함께 여동생 명순(24회)과 남동생 윤식(25회)도 다녔다.
◆그때 그 시절 추억의 편린
주성현(24회·55·경북대 임학과 교수) 동문은 재학시절 모교 위치가 시내 중심과 변두리의 경계지점에 있어 학생들 간 빈부격차가 심했던 것으로 기억했다. 1960년대 중후반 명덕초교엔 인근의 고아원 학생들이 많았고 이들과 부잣집 아이들 사이에 다툼도 많았다고 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명덕네거리 2·28기념탑도 등하굣길 이정표처럼 눈에 띄는 상징물이기도 했다. 당시 동문들은 방과후 신흥주택지로 개발이 한창이던 학교 인근을 놀이터 삼아 자주 돌아다녔다. 교대와 계명대, 영남대도 자주 들렀던 놀이터였다. 특히 가까이 있던 대도극장과 대한극장은 호기심 많은 초등학생들이 항상 기웃거리던 곳이었다. 집이 먼 학생들은 당시 누나뻘 되는 차장들에게 잘 보여 공짜로 버스를 이용하기도 했다.
예전엔 명덕초교 교문에 들어서면 연못이 있었다. 소풍이나 운동회 날이면 유난히 비가 자주 내려 아이들 사이엔 이 연못에 승천하지 못한 이무기가 살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또 학생 수가 많아 오전과 오후반으로 나뉜 줄 모르고 등교시간이 헷갈려 오전에 학교 갔다가 다시 귀가했던 일. 여자 친구 고무줄을 끊고 달아나다가 선배 누나에게 걸려 꿀밤 맞았던 일. 여름방학마다 학교 수영장(지금은 없어짐)에서 물놀이로 하루를 보냈던 일은 명덕초교 동문들이면 잊을 수 없는 추억거리다.
◆학교를 빛낸 동문들
명덕초교를 졸업한 동문 중 정계엔 이연재(30회) 진보신당 대구시당위원장이 있고, 관계엔 이장호(24회) 산림청 부이사관을 비롯해 윤대상(24회) 교육과학기술부 서기관, 이상직(28회) 민주평통 사무처장 등이 있다.
학계엔 김동현(19회) 경북대 화학공학과 교수, 김용일(24회) 계명대 철학과 교수, 나태영(26회) 대구대 법학과 교수 등이 있다. 재계엔 권원강(17회) ㈜교촌치킨 회장, 김용운(17회) ㈜정안농산 회장, 남우식(21회) ㈜롯데푸르밀 사장, 오만호(24회) ㈜바이오F&C 대표이사 등이 활약하고 있다.
의료계엔 도인아(19회) 허병원 원장, 김형연(23회) 북비산치과 원장, 김태완(24회)·김용덕(24회) IM&KIM치과 원장 등이 있다. 군문엔 최기식(26회) 공군 준장과 이경달(26회) 공군 대령이 있다.
이 밖에도 조제일(18회)·윤장신(24회) 세무사와 조현홍(26회)·이창근(30회)·신한균(33회) 건축사 등이 현업에서 활동하고 있다.
◆연중 총동창회 행사
명덕초교 총동창회는 매년 2월 신년교례회를 열고 5월에 총동창회 한마음 체육대회를 갖는다. 이어 10월에 가을야유회를 가고, 12월 송년의 밤 행사를 연다. 또 매월 산악회, 골프회, 조우회 등 소그룹별 동호회 모임도 활발히 열고 있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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