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先 부실대 퇴출, 後 재정 지원을"

구조조정 없으면 또 등록금 악용 우려…대학생·교수·시민단체 등 강력 요구

한나라당이 23일 2014년까지 총 6조8천억원의 재정과 1조5천억원의 대학 자금을 투입해 대학 등록금을 30% 이상 내리겠다는 등록금 대책을 내놓았지만 대학 관계자들과 대학생들은 정부 지원금이 악용될 수 있는 부실'비리 대학에 대한 구조조정과 퇴출이 선행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최근 '반값 등록금' 논란을 계기로 일부 부실 대학의 실태와 방만한 경영 사례가 드러나면서 부실'비리 대학이 정부의 공적자금을 악용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부 재정지원 이전에 대학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최근 "학자금 대출제도 제한 대학을 올해는 전체 대학의 15%인 50개(현재 23개)로 늘려 발표하겠다"고 한 데 이어 "31개 국공립대 중 하위 15% 대학에 대해서는 정원을 감축하는 등 제재하겠다"고 구조조정 방침을 밝힌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부실대학 퇴출 유도를 위한 관련 법안과 국립대 재정회계 특별법 등 대학 구조조정 관련 법안도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당 발표안에 따르면 사립대학들은 등록금으로 감가상각비 이상 적립금을 쌓을 수 없고, 등록금 내역도 상세하게 공시해야 한다.

대학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학 관계자들도 대체로 수긍하고 있다. 지역의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부실한 대학을 먼저 정리하고 재정이 투입돼야 한다. 그래야 건전한 대학에 더 많은 지원이 가능하다"며 "향후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하는 차원에서라도 대학 구조조정을 앞당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과부에 따르면 대입 학령인구는 2013년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8년 이후부터는 대학 정원이 고교 졸업생보다 많아지는 역전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다른 사립대 한 교수는 "이번 반값 등록금 사태 이후 각 대학들은 등록금 연속 동결이라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당장 2학기부터 장학금을 증액하거나 기부금 조성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며 "사정이 이런데 국고 재정이라는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는 부실대학들은 학생'교수 충원율, 교사 확보율 등을 점검해 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출제한대학으로 분류된 지역의 한 전문대 관계자는 "7월에 대대적인 감사원 감사가 있다는데, 이런 분위기라면 사립대학들이 강한 자체 구조조정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대구참여연대 박인규 사무처장은 "비리재단이나 부실대학에 대한 대학구조조정 요구가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당과 정부가 이제껏 손놓고 있다가 반값 등록금 사태가 불거지자 뒤늦게 밀어붙이는 인상이다. 당정은 지금이라도 구체적인 대학구조조정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며 "또 향후 3년 동안 등록금을 30% 내린다지만, 물가인상에 따른 등록금 인상을 감안하면 등록금 인상 효과가 그만큼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등록금 인하대책에 대해 경북대 권승우 총학생회장은 "정치권에서 등록금 인하에 대한 국민들의 염원을 받아들여 이만한 안을 도출한 노력은 반길 만하다"면서도 "촛불집회 등 여론에 떠밀려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한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최종적으로는 반값 등록금이 실현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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