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이럴 바에 美軍방문 왜

23일 김천 아포 미군 잉여재산처리처(DLA)에 대한 주민설명회가 수차례 연기 끝에 어렵게 열렸다. 이날 아포 DLA를 방문한 김천시의원과 관련 공무원들이 환경오염대책이나 주민피해 등을 따져 묻는 등 주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기보다는 주민대표답지 않은 동떨어진 행동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먼저 이들은 미군 측이 사전에 DLA에 대한 궁금한 사항 등에 대한 서면 질문을 요청했으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질문서를 내지 않았다. 여기다 더운 날씨에 현장을 둘러보는 것도 귀찮은지 일부 시의원들은 설명회 도중 대열을 이탈해 돌아가거나 차 안에서 휴식을 취하고 더운 날씨에 웬 고생이냐며 짜증 섞인 반응과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그나마 설명회 마지막에 아포지역출신 의원이 아포 DLA에 대한 지역주민 관심사를 질문, 체면을 유지했다.

이날 DLA 책임자는 "이곳에는 어떤 위험폐기물과 위험물질도 반입하지 않는다"고 수차례 반복해 강조했다. 그러나 이곳에는 컴퓨터 가전제품 등 간단한 사무집기뿐만 아니라 차량이나 항공기 부품 등 환경오염이 우려되는 군수물자도 반입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오염물질 처리과정에 대한 현장 확인이나 속시원한 대답을 듣기에는 충분치 않았다.

서면답변을 통해 미군은 김천 아포 DLA가 부평 캠프마킷과 같은 폐기물을 처리한다고 밝혔는데 지금 부평 미군폐품처리장(DRMO) 주민들이 우려하는 환경오염 문제가 수십 년 뒤 이곳에선 불거지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한미행정협정(SOFA)에 따라 이곳에선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담장 밖에선 모른다는 것이 문제다.

이웃 칠곡 왜관에서는 고엽제 불법 매립 의혹으로 1달여째 지역 주민들이 분노하며 정밀조사 등을 놓고 미군 측과 대립하고 있다. 이 와중에 의원'공무원들이 어렵게 마련된 미군 DLA 시설물에 대한 주민설명회에서 사진이나 찍고 돌아갈 것인지 생각해 볼 문제다. 이들은 여기가 무슨 행사장이나 관광지쯤으로 아는지 속내를 모르겠다.

사회2부'박용우기자 yw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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