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조직체나 갈등(葛藤)은 있기 마련이다. 아니 조직은 갈등을 먹고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당한 갈등은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투쟁과 붕괴로 이어진다. 갈등을 해소하거나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압축 성장과 짧은 민주화 과정을 거쳐 선진국으로 치닫는 우리나라는 사회적 갈등도 그만큼 많다. 파이낸셜뉴스와 한국갤럽이 공동으로 한국사회의 갈등에 대해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94.7%가 '빈부 차로 인한 갈등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가와 근로자 사이에 대해서는 91.0%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는 88.8%가 '갈등이 있다'고 답했다니 놀라운 수치다.
그야말로 '갈등 공화국'인 셈이다. 갈등의 원인으로는 '빈부 차이'와 '정치권 다툼'을 가장 많이 선택했는데 역시 경제 분야의 갈등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앞날이 그렇게 탄탄대로가 아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갈등은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 사회학자 K 토마스는 갈등 관리를 '주장'과 '협조'에 따라 크게 5가지 유형으로 나누었다. 첫째가 경쟁이다. 협조는 전혀 없이 나의 주장만 편다. 이럴 경우 한쪽이 승복을 해야만 갈등이 해결된다. 추진력과 리더십이 요구된다. 둘째는 수용(受容)이다. 자기주장은 하지 않고 그냥 상대방에 협조해 준다. 자기희생을 감수하면서 타인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타입이다. 셋째가 협력이다. 주장은 주장대로 하면서 상대방에 적극 협조해 주는 것을 말한다. 즉 윈-윈 구도로 가장 이상적이다. 넷째가 회피다. 아예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다. 당장은 갈등 상황을 피할 수 있지만 문제를 그냥 덮어두는 수준이라 언제 다시 노출될지 모른다. 마지막이 타협이다. 적당히 주장하고 적당히 협조하면서 모두가 만족하는 차선책을 찾는 것이다. 안정적이긴 하지만 경우에 따라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할 위험성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우 어떻게 갈등이 관리될 것인가. 협력이나 타협, 수용보다는 자기주장이 강한 경쟁을 통해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화끈하긴 하지만 가장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드는 해결 방법이다. '사회적 폭탄'인 갈등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윤주태(객원논설위원)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