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바람 퀴즈다. Q. 대구 수성구 범어동, 부산 해운대구 좌동과 우동, 인천 송도 국제도시의 공통점은?
A. 국내 제 2'3'4의 도시 중산층 및 부유층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는 집결지, 50층 초고층 빌딩과 아파트(주상복합)들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 곳, 교통체증 유발과 환경파괴에 본의 아니게 앞장서고 있는 동네, 살기에 더없이 편리하고 좋으나 마음은 어쩐지 삭막한 곳.
한국의 대도시에 주상복합건물 등 초고층 빌딩들이 회색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인구로 볼 때 제2의 도시인 부산, 제3의 인천, 제4의 대구 등 대도시에서는 초고층 빌딩 숲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그 어두운 면이 싱크로율(닮은 비율) 70∼80%에 이를 정도로 대도시들은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들 도시들이 꿈꾼 것은 뉴욕의 맨해튼, 중국의 상하이, 홍콩 등의 화려한 국제도시였겠지만 무리한 개발 뒤 후유증은 각종 재앙을 예고할 정도로 심각하다. 난개발로 교통체증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부산 해운대를 취재했다.(관계기사 9면)
◆해운대 주민, "옛 해운대 그리워"
22일 무작정 찾아간 해운대. 비가 쏟아지다 안개가 끼고 그쳤나 싶으면 또 쏟아졌다. 궂은 날씨 탓에 안개는 계속 숨바꼭질을 하며 초고층 빌딩의 최상층부를 보여줬다 가렸다를 반복했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들여다보니 회색도시의 느낌이 한층 살았다.
마침 해운대 동백섬 누리마루 입구에서 한 부부를 만났다. 30여 년 부산 수영구 망미동에 살다가 8년 전 해운대로 이사했다고 한다. 강신호(60'가명'해운대구 롯데캐슬 거주) 씨는 환경 재앙을 우려했다. "해운대 해수욕장 모래들이 급속하게 바다로 쓸려 내려가고 있습니다. 고층 건물들이 들어서 있으니 모래의 정화작용이 일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매년 모래를 외지에서 사서 해운대 모래사장을 채우고 있으니 영화 '해운대'와 같은 자연재앙이 온다면 피해가 더 커지겠지요. 조선비치호텔만 덩그러니 있던 옛날 해운대가 그립습니다."
그는 '초고층 빌딩 숲이 된 해운대가 정말 좋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열변을 토했다. "해운대는 천혜의 자연경관을 가지고 있는데다 먼지 한 점 없는 맑은 바람이 불어오는 좋은 곳인데, 50층 이상의 초고층 빌딩들 때문에 숨이 막힐 것 같습니다. 또한 난개발로 인해 분양 후유증도 크고, 이것이 미래 세대들에게 건축물 쓰레기로 큰 짐을 지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해운대구는 개발의 빛과 그림자를 확연히 드러내고 있다. 해운대구 좌동과 우동은 부산에서도 유일하게 인구가 늘고 있는 부촌으로, 다른 구와의 빈부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하지만 해운대구 안에도 몇몇 동네는 아직 판자촌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뉴욕 맨해튼 옆 슬럼가가 연상될 정도다.
◆주말이면 교통지옥
부산의 아름다운 풍광에서 인간은 사라지고, 빌딩과 차들만 가득 차고 있다.
광안대교와 함께 해운대 및 광안리의 높은 빌딩들이 빚어내는 야경은 전 세계 어느 도시 부럽지 않을 정도로 화려하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잿빛에 가깝다. 부산 최고 절경 중 하나인 오륙도 반대편 해안은 울창했던 나무숲이 싹 사라지고 3년 전 고층 아파트가 들어섰다. 시민들의 휴식처인 이기대 역시 개발로 인한 몸살을 앓고 있다.
주말이나 퇴근 시간이면 교통지옥이다. 수영교와 수영2교, 해운대 해수욕장 외에도 달맞이 고개, 센텀시티 및 마린시티 일대는 수많은 영화관과 쇼핑시설 이용 차량들로 인해 옴짝달싹을 못 한다. 해운대 서쪽 마린시티에서 동쪽 파라다이스 호텔 인근까지는 2㎞ 거리(체증이 없을 땐 5분 정도 걸림)이다. 하지만 주말에 이 구간을 차로 통과하려면 1시간 이상 걸릴 정도다. 휴가철에는 상황이 더욱 심각해진다.
특히 마린시티에 1천800여 가구가 입주할 80층짜리 빌딩, 1천650여 가구가 살게 될 72층짜리 건물이 들어서면 이 일대는 교통지옥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센텀시티 내 신세계백화점, 홈플러스 등 주변에는 주중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인다. 하지만 인근 다른 업무용 빌딩은 임대가 되지 않아 반쯤 비어 있다. 그런데도 곳곳에서 고층빌딩 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해운대 난개발에 대해 부산의 일부 시민단체들은 부산시에 대책을 촉구하는 한편 개발사업 관련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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