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13년 10월 대구 세계에너지총회 참석자들이 숙소를 떠나 컨퍼런스가 열리는 장소로 이동하는 버스 안. 차내 스피커를 통해서 세계 각국의 참가단을 환영하고, 이들의 활동을 소개하는 영어 라디오 방송이 흘러나온다.
#2. 버스'도시철도에서 학생들이 귀에 이어폰을 낀 채 열중하고 있다. 그들이 라디오를 통해 듣는 방송은 대구영어 FM방송. 수능영어가 말하기, 듣기 위주로 바뀜에 따라 중'고교생들에게 등하굣길 영어 라디오 청취 학습이 인기를 끌고 있다.
위 두 장면은 가까운 시기에 대구도 영어 FM 라디오 방송을 청취할 수 있다는 가정 아래 그려본 모습이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에너지총회 등 굵직한 행사를 앞둔 대구경북이 국제도시로서의 위용을 갖추고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 영어 전용 라디오방송 도입이 절실하다는 여론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자료에 의하면 2010년 말 기준 대구의 외국인 등록인구는 2만400여 명으로 100명 중 1명꼴로 외국인인 셈이다. 경북의 등록 외국인은 3만7천 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1천5백여 명이 늘어 경상북도 전체 인구의 1.4%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지역사회에서 이미 다국적 문화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고, 공익 서비스로서의 미디어 환경 또한 국제화 추세에 부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광주도 영어 100% 방송 하는데…."
현재 방송통신위원회가 허가한 국내 '영어 FM 라디오 방송'은 서울(2008년 개국), 부산(2009년), 광주(2009년) 등 3개시에서 운영하고 있다. 또 제주는 아리랑TV, 아리랑FM을 운영하는 국제방송교류재단이 2003년부터 영어FM 방송 서비스를 하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 2009년 7월 국가브랜드 2차 보고대회에서 영어방송 강화와 관련 "한국거주 외국인에게 한국생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영어 FM 라디오 방송을 대구, 대전, 울산권에도 허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광역자치단체의 관심 부족으로 추가 영어 라디오 방송국 개국은 무산됐다. 방통위 지상파방송정책과 김상걸 사무관은 "당시 지자체가 추진 신청 접수를 하지 않아서 개별 접촉해 사유를 알아봤더니, 모두가 매년 투입해야할 운영비 문제때문에 난색을 표시했다"고 밝혔다. 서울'부산'광주 3곳에서 서비스 중인 영어FM 라디오의 연간 운영비 소요 금액은 개국 첫 해 기준으로 서울은 60억원, 부산 17억원, 광주는 16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9년부터 시정질의 등을 통해 대구시의 영어 라디오 방송 설립을 주장해 온 대구시의회 정해용 의원은 "대구보다 경제규모가 작고, 외국인 등록인구도 훨씬 적은 광주시가 영어 FM라디오 방송 서비스를 하고 있다"면서 "매년 운영비 조달이 부담이라지만 광주시의 경우를 보면 해당 지자체의 국제화 감각과 단체장의 의지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중'고교생들 영어 사교육 대체 효과"
하지만 영어 라디오방송의 운영비 부담보다는 방송 설립에 대한 당위성과 효용 가치가 더 크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먼저 영어 전용 라디오 방송은 지역의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2015년부터 수능영어 대신 말하기, 듣기 등을 포함한 새로운 국가영어능력평가가 이루어진다. 이에 대한 준비로 영어 전문 방송은 학생들에게 영어 청취능력을 키워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부산영어방송(eFM)의 한 코너인 영어 게릴라콘서트 'Midnight Rider'는 부산지역의 중'고교생들에게 인기 높은 프로그램이다. 영어 DJ가 부산의 초'중'고교를 찾아 신나게 영어도 즐기고 재미있는 추억도 함께 만들기에 학생들의 반응이 아주 좋다고. '우리 학교를 방문해 달라'는 신청이 폭주하는 상태라고 말한다.
'내 아이를 위한 공부의 기술'의 저자인 한국집중력센터 이명경 소장은 "외국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듣기를 해야 한다.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들리는 언어를 충분히 접한 후에야 어설픈 말하기가 시작되고, 읽기와 쓰기에 도전할 수 있게 된다"며 영어 라디오 방송을 매력적인 학습 매체로 권했다.
또 학교 영어 수업에 라디오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대구시 영어교사들로 구성된 '창의인성 영어교과연구회'를 이끄는 백채경(경북대사대부중) 교사는 "교실 밖을 나서면 '외국어로서의 영어'를 듣는 환경이 차단돼 있다는 게 영어 교육의 한계"라며 "학생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실용 콘텐츠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것이고, 라디오 '음성 파일'을 과제로 주고 함께 들으며 학생들과 의견을 나누는 등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을 것이다"고 말했다.
초교생 자녀를 두고 있는 박은영(39'대구시 수성구 만촌동) 씨는 "아이 2명을 원어민 영어 학원에 보내려면 주 2, 3회만 다녀도 한 달 60만원이 훌쩍 넘는다. 집에 라디오 방송을 항상 켜둔다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영어에 노출될 것 같다"며 사교육비 절감을 기대했다.
다문화'국제화 시대 가교 역할 기대
"외국인들이 잡지, 신문 등의 오프라인 매체보다는 접근성이 좋은 영어 라디오 방송을 선호할 것이고, 그 영향력 또한 대단할 것입니다."
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생활정보 가이드북 'The Daegu Compass'의 발행자 하미영(30'여) 씨는 "사업상 이주자, 강사, 주한미군 등 영어권 사용자가 지역에 왔을 때 대부분 문화와 생활 전반의 정보 이용 창구가 부족하다고 말한다"면서 "그들은 그들끼리의 소셜 네트워킹을 통해 정보 교환을 하거나 국내 외국인을 위한 매거진에 의존하고 있다"고 전한다.
때문에 영어 FM 라디오 방송이 외국인들에게 대구를 알릴 '최적의 매체'라고 예측하는 하 씨는 "대구는 영어 강사로 활동하는 원어민 인력이 많기 때문에 방송 리포터 등으로 활용이 용이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외국인들 또한 방송을 인연으로 지역사회에 대한 애착이 커질 것이고, 외국인 커뮤니티 속에서 대구경북을 알리는 홍보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이다.
덧붙여 외국인 거주자뿐만 아니라 각종 국제행사, 의료관광 등으로 대구경북을 찾는 외국인이 날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도시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도 지역의 정보를 영어로 전달하는 방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석수기자 s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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