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왜관철교 붕괴, 변명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나

25일 칠곡군 왜관읍의 낙동강 왜관철교 일부가 장맛비에 붕괴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 다리는 6'25 등 우리 역사의 상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호국의 다리'다. 100년이 넘은 낡은 다리여서 현재 보행 용도로 쓰이는데 인적이 드문 새벽 녘에 사고가 발생해 그나마 인명 피해가 없었다는 점은 불행 중 다행이다. 하지만 등록문화재 제406호인 호국의 다리가 하필이면 6'25 기념일에 무너져내린 것은 비운이 아닐 수 없다.

사고 원인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5호 태풍 메아리를 동반한 장맛비라고는 하지만 그다지 위력이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부산국토관리청은 브리핑에서 "4대강 사업과는 아무 연관이 없고 자연발생적인 사고"라며 사건 축소에 급급하고 있다. 4대강 사업 직전 교량 안전 점검에서 양호 판정을 받았음에도 이만한 비에 붕괴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게다가 강 준설 라인에서 벗어나 있다는 이유로 전체 9개 교각 중 5개는 보강 공사 없이 그대로 방치했다. 이는 다리가 낡아 붕괴됐다는 당국의 논리와는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당국이 어떻게 변명하든 강 준설 등 변수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무사안일과 부실한 관리 때문이라는 비판을 면키 힘들다. 정밀 조사가 진행되면 밝혀지겠지만 환경단체와 주민들의 지적대로 200㎜에 가까운 장맛비로 강물이 불어난데다 강 바닥 준설로 유속이 빨라지면서 낡은 교각에 충격이 가해져 붕괴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관계 당국은 이해하기 힘든 이유를 대며 계속 둘러대기만 할 게 아니라 사고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복구를 서둘러야 한다. 철저히 원인을 파헤쳐 두 번 다시 이런 불상사가 없도록 하는 게 책임 있는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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