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너진 교각, 기초보호공사 않았다

준설로 빨라진 유속 못견뎌 '와르르'…4대강 밀어붙이기 공사 '인재

4대강 사업 공사가 한창인 경북 상주시 낙동강 33공구
4대강 사업 공사가 한창인 경북 상주시 낙동강 33공구 '상주보' 하류 제방이 장맛비로 26일 오전 수백m가 무너져 내려 추가 붕괴 위험을 안고 있다. 26일 사고현장을 찾은 건축가 출신인 민주당 김진애의원은 "수문이 한쪽으로만 나 있으니 제방이 유속과 유량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고 말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25일 발생한 칠곡군 왜관읍 '호국의 다리'(옛 왜관철교) 붕괴는 4대강사업과 시공사의 밀어붙이기 공사로 인한 인재(人災)로 드러나고 있다.

이번 붕괴 사고는 상류 600여m에서 진행 중인 4대강사업 칠곡보(24공구)의 공사 과정에서 '일부 교각에 대한 기초 보호공사 누락-무리한 준설-깊어진 강바닥-빨라진 유속-와류에 의한 강바닥의 쇄굴'침식현상 심화'에 따라 교각과 상판 붕괴로 이어졌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칠곡보 시공사인 대우건설은 보 하류에 위치한 신 왜관교, 옛 왜관철교, 제2왜관교, 옛 성주대교, 신 성주대교 등 사업구역내 5개 교량에 대한 교각 기초보호공사를 실시하면서 강 내부를 중심으로 준설라인을 긋고 라인 밖에 설치된 교각에 대해서는 설계에서 제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양쪽 교대를 제외하고 모두 9개의 교각이 설치된 호국의 다리(전체 교량길이 469m)의 경우 강바닥에 대한 준설폭이 당초 368m에서 266m로 축소되는 바람에 3, 4, 5, 6번 교각만 보호공사를 실시하고, 준설라인 밖에 위치해 이번에 붕괴사고가 발생한 2번 교각을 포함해 7, 8, 9번 교각의 경우 기초보호공사에서 빠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호국의 다리 주변에 대한 무리한 준설이 화를 불렀다는 지적이다.

대우건설 측은 호국의 다리에 대한 교각기초 보호공사에 앞서 실시한 탄성파 검사에서 2번 교각의 하부 심도가 6, 7m 정도로 나타났다고 밝히고 있지만, 칠곡보 건설공사 이후 이곳 지점의 준설토가 엄청나게 많이 깎여나갔기 때문에 하부 심도가 훨씬 얕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박창근 교수(관동대 토목공학과)는 "호국의 다리 붕괴는 인접한 4대강사업 칠곡보 조성으로 강바닥이 과도하게 준설되는 바람에 일어났다"며 "지난 2009년 7월 국토부가 발표한 '낙동강수계 하천기본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호국의 다리 등 일대 낙동강의 강바닥이 준설 전보다 4m가량 낮아진 사실만 봐도 책임성 여부가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고 말했다.

토목 전문가들은 이번 붕괴사고는 낙동강 상류에 내린 폭우로 왜관지점의 유량이 평소보다 크게 불어났으나 상당량의 물이 칠곡보(전체길이 452m)에 가로막혔으며, 좁아진 하폭(가동보'147m)을 빠져나온 물의 유속이 크게 빨라지면서 기초가 약해진 교각에 큰 충격을 가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칠곡보 아래 왼쪽으로 준설토와 퇴적토가 많이 쌓인데다 호국의 다리 왜관읍 쪽에는 둔치가 형성돼 있는 등 약목면쪽보다 지대가 월등히 높아 반대편인 교각 2번 쪽으로 많은 양의 물이 한꺼번에 쏠린 것도 교각 붕괴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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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정책연구소 황평우 소장은 "호국의 다리는 1905년 완공 이후 태풍 사라호나 최근의 루사'매미뿐 아니라 1925년 엄청난 피해를 준 을축년 대홍수도 견뎌낸 근대문화제"라며 "귀중한 문화재를 보강공사도 하지 않고 4대강사업을 강행한 것은 문화재 훼손"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붕괴사고에 대한 시민사회단체들의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26일 오전 칠곡 왜관철교 아래 낙동강 제방에서는 4대강사업저지범국민대책위원회와 하천학회, 시민환경 연구소 관계자 등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4대강사업 즉각 중단 및 관련 책임자 엄중문책 촉구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진애 민주당 의원은 "낙동강 24공구는 불법, 편법으로 대우건설에 턴키(일괄)발주를 했던 것으로 드러난 문제의 공구"라며 "부산국토관리청 관계자가 돈을 아끼기 위해 교각 보강 공사를 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이것은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대구경북녹색연합은 25일 "호국의 다리의 붕괴에 정부와 관계기관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무리한 졸속공사 강행과 엉터리 환경평가, 무분별한 준설, 시공사의 이윤추구만 생각한 교각보강 미비로 발생한 인재다. 4대강사업을 전면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칠곡'김성우기자 swkim@msnet.co.kr 영상취재 장성혁기자 jsh052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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