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깊은 생각 열린 교육] 토론의 열 가지 이점

철수는 힘겹게 공부해서 미국 명문대에 입학했다. 수업 시간. 교수님이 철수를 지목하고, 오늘 수업 시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다. 철수는 '드디어 내 실력을 발휘할 때'라고 생각하며, 어젯밤에 예습한 텍스트의 요점을 말한다. 그러고는 칭찬받기를 기다린다. 그런데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또 묻는다. 철수는 교수님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나 싶어서 다시 말한다. 그런데 교수님은 또 묻는다. "텍스트 말고, 자네 생각 말이야. 자네 생각!" 철수는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린다. "텍스트에 내 생각이란 것은 없는데…."

'대한민국 교육을 바꾼다, 디베이트'라는 책에 나오는 일화이다. 이 일화는 한국에서 바로 미국 대학으로 유학 온 한국 유학생들이 겪는 가장 전형적인 모습 중의 하나다. 미국 대학에서 한국 학생들은 "조용하고, 선생님 말씀 잘 듣는 학생"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한편으로는 "수업 참여도가 낮고, 자기 주장이 없는 학생"이라는 평가도 받는다고 한다. 이러다 보니 아이비리그 대학에 온 한국 유학생들의 3분의 1 정도가 중도에 탈락한다고 한다. 주입식 문제풀이 교육을 반복해서 받은 한국 학생들이 외국에서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셈이다.

이런 주입식 교육을 극복하기 위한 한 대안이 디베이트(debate)다. 디베이트는 일명 '대립토론'이라고 한다. 디베이트는 하나의 토론 주제를 가지고 찬반 두 팀으로 나누어서 입론, 교차질의'반박, 최종 발언 등의 일정한 규칙에 따라 토론하고, 승패를 결정하는 언어 게임이다.

디베이트에는 '열 가지 이익'(十益)이 있다. 먼저, 조사하기(Research), 읽기(Reading), 말하기(Speaking), 듣기(Listening), 쓰기(Writing) 등 다섯 가지 능력 향상에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

디베이트를 하려면 자료를 조사해야 하기 때문에 조사하기 능력이 향상되고, 조사한 자료를 비판적으로 읽어야 하기 때문에 읽기 능력이 향상된다. 읽은 자료를 정리해서 발언해야 하기 때문에 말하기 능력이 향상되고, 상대방이 말할 때 잘 들어야 반박하면서 자기의 논리를 펼 수 있기 때문에 듣기 능력이 향상된다. 디베이트가 끝나면 쓰기를 한다. 그래서 쓰기 능력이 향상된다.

디베이트에는 다섯 가지 부수적 이익이 더 있다. 인터뷰, 리더십, 인성 교육, 자원봉사, 민주시민 교육 등에 도움이 된다.

디베이트를 하면 대학입학시험 등과 같은 상급학교 진학이나 직장에 들어갈 때 인터뷰에 도움이 된다. 팀 활동을 통해 갈등을 조정하는 리더십이 향상된다. 인성 교육도 디베이트를 통해 상당 부분 가능하다. 특정한 윤리적 문제에 대해서 관련 자료를 읽고, 토론하는 과정을 거치면 학생들은 그 문제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도덕적 승복이 가능해진다. 다음은 자원봉사이다. 2년 정도 디베이트를 한 고등학생들은 초'중학생을 지도할 수 있고, 디베이트 리그에서 자원봉사활동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민주시민 교육이 가능하다. 디베이트를 한 학생들은 커서 사회에 나가면 사회현상을 이면까지 생각해서 종합적 대안을 생각하는 민주시민으로 성장한다.

호주, 미국, 영국 등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100년 전부터 디베이트 교육을 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디베이트 교육을 함으로써 그들은 나라의 지도자를 길러내고 있다. 대구교육도 제대로 된 지도자를 길러내기 위해 본격적으로 디베이트를 시작할 때가 되었다.

한원경(대구시교육청 교육과정운영과 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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