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3일 오전 10시 대구지법 경매법정. 경매정보지를 꼼꼼히 살피며 입찰건 목록표를 보던 눈들이 사라졌다. '물건'을 찍느라 북새통을 이뤄야 할 곳이 한산하기까지 하다. 법정 안 좌석도 한두 줄만 찼을 뿐 군데군데 자리가 비어 있었다.
집행관의 경매방법 설명이 끝나고, 입찰표 배부가 시작됐다. 하지만 물건이 얼마 되지 않은데다 응찰자도 적어 입찰표를 나눠 주는 데 채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이날 경매에 부쳐진 물건은 30여 건. 수성구 아파트와 주택, 경산의 논'밭, 공장 등 다양한 물건이 경매에 나왔지만 예년에 비하면 절반 남짓한 숫자였다.
과거엔 으레 오후 1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엔 경매가 시작한 지 1시간 50분 만인 11시 50분에 모두 끝났다.
법원 관계자는 "2005년만 해도 경매물건이 100건에 달했는데 지금은 그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며 "그나마 실수요자 위주로 경매가 진행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대구 부동산 경매 물건이 급감하고 있다.
대구지방법원에 따르면 2005년 2만5천751건에 달했던 경매 물건은 지난해 1만2천240건으로 반 이상 줄었다. 특히 올해 6월 현재 2천887건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현상은 부도업체 수가 줄고 지역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의 지난해 대구경북 신설 법인과 부도업체 동향 자료를 보면 대구 신설 법인 수는 4천308개로 2009년(385개)보다 9.58% 늘었다. 이는 서울(2만1천480개), 경기(1만5천834개), 부산'경남(6천754개)에 이어 4번째로 전국의 신설법인 평균 증가율 6.1%보다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부도업체 수는 133개로 같은 기간 185개보다 28.1% 감소했다.
리빙경매 하갑용 대표는 "경매는 경기가 나쁘면 신청 건수가 늘고, 호황이면 줄어드는 등 시중 경기의 잣대로 통하지만 최근 경향은 물건도 줄고, 낙찰자 수도 줄고 있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경매 물건이 줄면서 아파트 인기는 상대적으로 치솟고 있다. 대구 아파트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데다 실수요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80% 초반대에 머물던 아파트 낙찰가율이 현재 94.83%로 크게 뛴 상태다. 실제 최근 대구 수성구 범물동의 전용면적 41.9㎡ 소형 아파트의 경우 감정가는 5천500만원이었으나 낙찰가는 7천11만원으로 127%의 낙찰가율을 기록했다. 앞서 진행된 달서구 용산동의 전용면적 60㎡ 아파트도 감정가(1억200만원) 대비 121%(1억2천234만원)의 낙찰가율을 보였으며 응찰자도 62명이나 몰렸다.
업계 관계자는 "실수요자가 몰리면서 가격이 상승한 때문으로 감정가를 20% 초과해 낙찰되는 아파트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며 "그러나 경매장 분위기에 빠져 높은 가격을 써내거나 임차 관계 등의 확인이 안 돼 낙찰 뒤 애를 먹는 경우가 종종 있는 만큼 일반 매매보다 더욱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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