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수십억~수백억원대 자산을 보유한 '슈퍼리치'(Super Rich)를 겨냥한 자산관리 서비스에 집중하면서 일반 소액투자자는 상대적으로 홀대하고 있다.
슈퍼리치가 프라이빗뱅킹(PB)의 승부처로 떠오르면서 금융서비스 분야에서도 '부익부'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이 같은 슈퍼리치 집중 현상은 수수료 인하 경쟁 속에 수익원 확보를 위한 증권사들의 몸부림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이 '큰손' 고객에 역량을 집중하면 설자리를 잃은 일반 투자자들이 고위험 파생상품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6월 강남파이낸스센터를 시작으로 최우량고객(VVIP) 점포 4곳을 내놨다. 다른 증권사들도 경쟁적으로 뒤따르고 있다. 그 결과 1년 새 VVIP 자산관리를 표방하는 증권사 지점만 10곳 안팎으로 늘었다.
그동안 거액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라이빗뱅킹(PB) 시장은 시중은행의 전유물이었다. 2008년 국민은행이 자산 30억원 이상 고객을 관리하는 HNWI(High Net Worth Indivisual) 센터를 개소했고 신한은행이 곧바로 50억원 이상 고객을 관리하는 골드센터를 개설했다.
여기에 증권업계가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레드오션으로 변한 수수료시장에서 안정적 수익원을 찾아야 하기 때문.
현재 금융투자협회에 가입한 증권사는 62개사에 달한다.
대부분 증권사의 수익이 주식 매매 중개업에 편중돼 있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수수료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전통적인 브로커리지(위탁매매)로는 더는 수익을 내기 어렵게 됐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브로커리지는 '레드오션'으로 전락했고 외국의 대형 투자은행(IB)처럼 IB 부문에서 성과를 기대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며 "결국 자산관리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최고급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슈퍼리치에 몰두하는 것은 결국 고육지책이라는 것이다. 삼성증권의 VVIP 점포인 SNI(삼성 앤드 인베스트먼트)센터는 네 곳 가운데 두 곳이 서울 시내 특급호텔에 입주했다.
문제는 증권사들이 자산관리에 치중하면서 소액 투자자인 '개미'를 홀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광판 앞에 앉아 용돈 벌이를 시도하는 전통적인 증권사 영업점의 모습은 이젠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삼성증권은 2006년부터 영업지점 인테리어를 자산관리에 최적화하면서 시세 전광판을 없애기 시작해 서울 소재 48개 지점뿐 아니라 지방 53개 지점에도 전광판이 없다. 대우증권 역시 지점을 새로 열거나 고칠 때 암묵적으로 전광판을 치웠다. 올해 3월부터는 남아있는 전광판 철거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자주 투자설명회를 열면서 '개미'를 한 명이라도 더 끌어들이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리서치센터 소속 애널리스트 한두 명을 지점에 보내 '하반기 투자전략'과 '자사홈트레이딩시스템(HTS) 이용방법'을 엮어 강의하는 등 여전히 개인 투자자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같지만 슈퍼리치와는 극히 대조된다. 소액 투자자들이 내는 수수료가 증권사 브로커리지 수익에서 여전히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적당한 수준에서 최소한의 서비스를 유지하는 상황이다.
한 증권사의 영업부장은 23일 "증권업계의 서비스 구조나 정보 격차 등을 보면 소액 투자자들이 정상적인 시장에서 '큰손'들과 경쟁해 수익을 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결국 주식워런트증권(ELW)과 같은 고위험 파생상품 시장으로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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