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원청업체 '甲의 횡포'…낙동강 45-2공구 돈 안줘 체임

대구시서 현금 받아놓고… 최근 계약해지도

27일 오후 대구 북구 무태교 밑 낙동강 살리기 45-2공구 현장에서 노동자 10여 명이 원청업체인 (주)효자건설과 하청업체인 (주)한주개발 측에 밀린 임금 청산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김태형기자
27일 오후 대구 북구 무태교 밑 낙동강 살리기 45-2공구 현장에서 노동자 10여 명이 원청업체인 (주)효자건설과 하청업체인 (주)한주개발 측에 밀린 임금 청산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김태형기자

4대강 살리기 사업 공사에 나선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에 공사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아 현장 노동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게다가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에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바람에 '국책 사업'이라는 말만 철석같이 믿고 일했던 하청업체와 현장 노동자들만 희생양이 될 상황에 놓였다.

27일 오후 2시 대구 북구 산격동 무태교 밑 낙동강 살리기 45-2공구 현장. 다리 아래로 내려가는 길을 25t 덤프트럭이 가로막고 있었다. "돈도 안 주면서 무슨 공사를 한다고. 절대로 못해."

덤프트럭 기사 황준철(가명'48) 씨를 포함해 펌프카 기사, 자재 납품업체 관계자 등 10여 명이 다리 밑에서 농성을 하고 있었다. 거센 바람을 맞서며 소주병을 손에 잡은 이들은 3월 중순부터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나랏일'이라는 말만 믿고 뛰어들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이들을 고용한 하청업체가 재정난에 허덕여 현장 노동자 50명이 3억원이 넘는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 15년 넘게 덤프트럭을 몰았다는 백모(62) 씨는 기자에게 '마이너스 960만원'이 찍힌 문자 메시지를 보여줬다. "안 그래도 기름값이 올라서 힘든데 하루에 경유 200ℓ 주유하면 30만원이 넘게 들어요. 요즘 주유소에서는 외상도 안돼 마이너스 통장까지 만들어 열심히 일했는데…. 정부도, 건설사도 다 사기꾼이야."

이 같은 일이 터진 것은 원청업체인 ㈜효자건설이 하청업체인 ㈜한주개발에 공사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양측이 맺은 계약서에는 매월 한 차례씩 공사 진척률에 따라 기성금(공사대금)을 지급하기로 돼 있다. 하지만 효자건설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지급해야 할 총 11억여원 중 5억1천여만원만 현금으로 주고 나머지는 어음과 외상담보채권으로 대신했다. 한주개발 관계자는 "선급금을 안 받는 대신 매달 현금으로 공사대금을 받기로 했는데, 효자건설은 두 달에 한 번씩 5~7%에 달하는 어음 할인료도 주지 않고 외상담보채권과 어음을 줬다"며 "노동자들에게 한 달에 한 번씩 임금을 주고, 공사 자재도 사야 하는데 최근엔 계약 해지 통보까지 받아 회사 문을 닫아야 할 처지"라고 고개를 숙였다.

낙동강 살리기 45-2공구는 대구 달성군 서재리에서 북구 산격동 무태보를 잇는 총길이 10.2㎞의 사업이다. 내년 6월 완공을 목표로 한 이 사업에는 ㈜효자건설과 보선건설㈜, 공진건설㈜이 공동 도급사로 참여했으며 각각 40%, 50%, 10%씩 사업을 맡아 254억원에 낙찰받았다. 이 구간 사업 진행률은 이달 23일 기준으로 48.3%를 나타내고 있다. 사업 관리기관인 대구시건설관리본부는 조경사업을 맡은 공진건설을 제외하고 효자건설과 보선건설에 현재까지 각각 31억2천만원씩 공사비를 지급했다. 대구시는 모든 공사비를 현금으로 줬지만 효자건설은 하청업체에 할인료도 없이 어음과 외상담보채권을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효자건설은 한 술 더 떠 지난달 25일 하청업체인 한주개발에 계약해지 공문을 보냈다. 계약 당시 양측은 준설토 처리 비용을 ㎥당 4천원씩 받기로 합의했으나 최근 효자건설이 돌연 ㎥당 3천400원으로 금액을 낮추는 바람에 한주개발이 이를 반대했기 때문이다. 한주개발 관계자는 "계약할 때 단가를 결정한 뒤 공사를 실행했는데 원청업체에서 일방적으로 금액을 깎는 것은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효자건설 측은 "낙찰률에 따라서 처리 비용을 다시 산정한 것이며 한주개발이 이 단가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계약을 해지했다"는 입장이다. 효자건설 관계자는 "처리비용은 우리가 일방적으로 정한 것이 아니라 낙찰률을 근거로 해 적정 금액을 객관적으로 정한 것이다. 기성금을 현금 대신 어음과 채권으로 지급한 것도 원래 협의가 됐던 사항이라 문제가 되지 않고, 계약이 끝나면 나머지 공사대금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반박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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