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대구 북구 서변동과 검단동을 잇는 '금호1교'. 지난 주말 내린 비로 강물은 눈에 띄게 불어 있었고 교량을 전후로 강물의 속도가 갑자기 빨라졌다. 이곳 주민들은 강바닥의 모래를 많이 퍼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 주민은 "상류 쪽 교각과 하류 쪽 교각의 수심 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러다 교각의 지반이 약화돼 다리가 무너지는 건 아닐까 걱정된다"고 했다.
◆빨라진 유속, 걱정스런 교각
낙동강 살리기 구간에 놓인 금호1교에 대한 인근 주민들이 크게 불안해 하고 있다. 25일 칠곡군 왜관읍 '호국의 다리'(옛 왜관철교)가 집중호우로 무너진 탓에 불안감은 더했다. 주민들은 준설 작업으로 유속이 빨라진 강물이 교량을 지탱해온 돌과 모래를 '빗자루로 쓸듯' 없애고 있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대구 북구 동변동 유니버시아드선수촌 아파트 앞에 위치한 금호1교는 2003년 12월 세워졌으며, 경부고속도로상에 있는 편도 4차로의 교량이다. 평소 덤프트럭 등 화물 차량의 통행이 빈번하다. 800m에 이르는 구간을 교각 15개가 떠받치고 있는데 낙동강 살리기 사업 45-3공구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12월 중순 공사를 시작해 현재 총 55만㎥ 중 약 51만㎥가 준설됐다. 해당 구간의 평균 수심은 3m로, 하천 지형에 따라 50cm에서 1m50cm가량 바닥을 파냈다. 또 시공사는 이달 중순 금호1교의 용이한 준설 작업을 위해 강물의 흐름을 둔화시키던 교각 사이의 암석 700㎥ 정도를 걷어냈다.
주민 권모(47'북구 동변동) 씨는 "교량 전'후 구간에 대한 과도한 준설 때문에 수심 차가 더 심해져 유속이 더 빨라진 것 같다"며 "자칫 다리가 무너지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보다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교량 인근을 산책하던 한 주민도 "자연의 힘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 준설 중간이라도 수시로 안전 점검을 병행해 주민들의 불안감을 씻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대구시는 예정대로 이 구간에 대한 준설작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시는 지난해 실시한 하천 준설에 따른 교량 안전성 평가에서 설계 주체인 부산지방국토관리청으로부터 '문제없음' 판정을 받았다는 것. 시 관계자는 "교각이 하천 바닥 암반 위에 조성됐기 때문에 준설에 따른 문제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또한 교각에 큰 지장이 없도록 교각을 중심으로 상'하류 구간을 완만하게 파냈다"며 "조만간 금호1교 아래 하천 바닥을 1m50cm 정도 파낼 계획이며, 준설 후에도 교량 안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생태보존국장은 "안전성 평가를 통과했더라도 고속도로가 지나는 교량처럼 중요한 곳은 재검토를 해서 교량보호공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며 "본류뿐만 아니라 지류에 놓인 교량도 점검을 해 옛 왜관철교와 같은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낙동강 교량 중 상당수도 불안
경북지역 낙동강을 횡단하는 교량(총 48개) 상당수도 노후한데다 낙동강사업 시행사들이 공사기간과 사업비 등을 이유로 교량 일부 교각에 대한 보강공사를 하지 않은 채 준설작업을 벌여 홍수 등 자연재해에 취약하는 우려가 나오고있다. 경북지역 낙동강 횡단교량은 고령 10개, 안동 10개, 칠곡 9개, 구미 7개, 의성 4개, 예천 3개, 성주 2개 등으로 이 가운데 20년 이상된 노후교량만 14, 15개에 이른다.
낙동강사업 시행사들은 지난해 초부터 강 준설에 따른 유속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노후교량 등에 보강공사를 벌이고 있으나, 교각 일부를 제외한 채 손상부위에 대한 보강에 머물러 붕괴 등 사고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특히 성주대교(구교)의 경우 38개의 교각이 있지만 교각기초 보강 및 쇄굴방지블록 시공이 설계에 반영된 것은 6개이고, 성주대교(신교)도 17개 교각 가운데 보강계획에 포함된 것은 3개에 불과하다.
낙동강사업 감리단 한 관계자는 "교각별로 지지력과 수평력, 유속에 따른 영향력 등 종합적으로 안전진단을 거쳐 보강공사를 하고 있지만, 노후교량이라도 준설지점 밖 강 둔치쪽 교각은 사업비 등 때문에 사실상 보강공사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황재성'정창구'이희대'백경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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