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애물단지, 시내버스 준공영제] <1>세금먹는 '밑빠진 독'

작년 2100억 벌었는데 원가는 2950억…수백억 세금으로 메워

27일 대구 중구 한일로에서 시민들이 시내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27일 대구 중구 한일로에서 시민들이 시내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도입 5년째를 맞는'시내버스 준공영제'가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시민들은'세금 먹는 독'이라고 비판하고, 버스업체들은'수익이 적다'고 불만이다. 이때문에 가뜩이나 재정이 어려운 대구시는 올해 1천억원에 육박하는 재정지원금에 허덕이고 있다.

◆시내버스 적자 1천억원 넘을 듯

올해 대구 시내버스 적자보전 재정지원금은 사상 최대인 1천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대구시는 당초 995억원을 재정지원금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최근 체결된 올해 버스기사 임금인상률이 3.89%로 확정됨에 따라 71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시는 당초 예산에 요금 인상에 따른 추가 운송수입금 148억원을 감안했기 때문에 재정지원금이 1천억원을 넘을 전망. 대구시의 시내버스 재정지원금은 준공영제가 시행된 2006년 413억원에서 2007년 564억원, 2008년 744억원, 2009년 775억원, 지난해 890억원 등 매년 눈덩이처럼 불었다.

대구시는 재정지원금이 늘어난 만큼 시민들이 혜택을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준공영제 이후 시내버스와 지하철 무료환승으로 시민들이 한해 609억원 상당의 혜택을 입고 있다는 것. 시는 환승비용이 2006년 256억원, 2007년 418억원, 지난해 567억원에서 올해 609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무료 환승혜택 정책이 대중교통 이용객을 늘렸고, 대중교통 이용객 수가 늘면서 무료 환승혜택 규모가 커졌음에도 교묘하게'혜택'을 받은 양 대구시가 가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는 수입금, 나는 표준운송원가

대구시는 차량운행과 보유에 소요되는 비용과 적정이윤 등을 포함한'표준운송원가'를 기준으로 버스회사의 적자액을 지원하고 있다. 운송수입금이 표준원가에 못 미치면 그 차액을 대구시가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보전하는 식이다. 적자 규모가 커지는 것은 운송수입금의 증가분이 원가 상승에 못 미치기 때문.

시에 따르면 시내버스 운송수입금은 2007년 1천990억원에서 2009년 2천75억원, 지난해 2천100억원으로 110억원이 늘었다. 반면 표준운송원가는 2007년 2천670억에서 2009년 2천830억원, 지난해 2천950억원으로 280억원이 증가했다. 버스 1대당 표준운송원가도 2006년 41만5천530원에서 2008년 48만8천680원, 지난해 53만3천857원으로 28.4%가량 늘었다.

운송수익금이 원가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은 인건비와 유류비가 큰 폭으로 뛰었기 때문. 지난 4년간 인건비와 유류비 상승으로 인한 추가 부담은 240억원이다. 운전기사와 임원, 관리직, 정비직 등 전체 인건비는 2007년 1천690억원에서 2010년 1천900억원으로 210억원이 증가해 전체 증가분의 75%를 차지했다. 유류비 부담도 2007년 600억원에서 국제유가가 급등했던 2008년에는 660억원, 지난해에는 630억원으로 30억원이 증가했다.

◆무기력한 대구시

준공영제 이후 시내버스 적자의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은 인건비지만 정작 임금협상에서 대구시는 무기력하다. 이달 23일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서 열린 대구시내버스 노사 임금협상에서 대구시내버스운송사업자조합은 2% 인상안을 냈고, 노조 측은 7.8% 인상안을 고수했다. 이날 오후 4시부터 시작된 조정회의는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자정까지 이어졌다. 노사 양측은 이견을 좁히지 못하다 막후 협상 끝에 파업 예정시각인 다음날 오전 4시에 다다라서야 3.89% 인상에 합의했다. 서울 버스 인상안인 3.9%에 비해 불과 0.01%(2천500원) 낮은 수준이다.

시내버스 운행 중단 사태를 극도로 꺼리는 대구시의 입장을 노조 측이 적절히 이용한 것이었다. 지난해도 마찬가지였다. 노사는 조정시한을 넘겼고, 파업 예정시간이 지난 후에 대구시는 노조측의 4.98% 인상안을 받아들었다. 특히 올해는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있는 터라 대구시가 꺼낼 카드조차 없었다.

이처럼 해마다 임금협상에서 대구시가 휘둘리는 것은 주먹구구식 협상때문. 이날 대구시와 버스조합 관계자들은 "서울보다 인상률이 높지만 않으면 된다"는 식의 태도를 고수했다. 타시도와 비교해서 임금을 결정하는 이른바 '비교임금'이라는 구태에 휘둘리고 있는 것.

버스조합 한 관계자는 "7월부터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내년 임단협에는 제2, 제3의 노조들이 임금'복지 개선을 앞세워 노'노 갈등에 예기치 않은 부분 파업까지 벌어질 수 있다"며 "대구시가 과연 사태를 해결할 행정력이 있는지조차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안재홍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은 "대구시가 중복노선 해소나 신속'편의성 강화 등 대중교통활성화 대책은 외면한 채 버스조합에 휘둘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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