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거액 들여 유치한 기업, 지원금만 '낼름'

문경 시민 고용 장학금 자금 등 약속 안지켜…주민 "혈세만 낭비"

문경시가 유치한 문경시 마성면 ㈜성신RST 문경 공장은 지역민 고용을 제대로 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고도현기자
문경시가 유치한 문경시 마성면 ㈜성신RST 문경 공장은 지역민 고용을 제대로 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고도현기자

문경시가 일자리 창출 등의 조건으로 외지업체에게 거액의 유치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민을 거의 고용하지 않는 일부 업체에게 지원금을 줘 '홍보 위주의 기업유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경시는 최근 철도차량 제작업체인 ㈜성신RST(대표 박계출) 문경 공장이 국내 중소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아프리카에 철도차량을 수출하게 됐다며 보도자료를 내고 홍보에 나섰다.

시가 2008년 유치한 성신은 당시부터 지역민 고용효과를 기정 사실화하고 공장 부지 구입부터 설립까지 모든 업무를 시가 대행해주다시피 했으며, 다음해 공장가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무려 10억원의 유치지원금을 지급했다.

지원금의 근거와 명분은 지역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었다. 당시 성신은 필요인력 150명 가운데 경남 함안 본사의 기술 인력 일부 외에는 문경에서 인력을 고용하겠다고 했으며, 심지어 문경공고 졸업생들의 취업보장은 물론 재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산'학'관 업무제휴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철도차량 제작과 관련된 전산응용기계과와 전기설비제어과 등의 전문 기술인력을 맞춤식으로 육성해 성신으로 취업을 보장해준다는 약속이었다.

하지만 공장가동 2년이 지나도록 이 학교 졸업생 가운데 1명도 성신에 취업하지 못하고 있으며 지역민 몇 명만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와 주민들에 따르면 이 업체의 근무조건이 열악한 데다 급여도 월 100만원 정도의 최저 수준으로 알려져 실습 나간 학생들이 모두 취업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당초 약속했던 것처럼 학교에 기술인력 파견이나 취업설명회, 장학금 지급 등은 전혀 없었고 올해는 업체로부터 아예 연락도 없어 업무제휴 협약을 무색케 한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지역민을 거의 채용하지 않는 이전 기업체에게 고용 대가로 시 혈세 10억원을 준 꼴이 됐다"면서 "지역민 고용창출이 이뤄질 수 있는 기업을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업체 측은 "취업문은 열려 있으나 지역민들이 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경시 관계자는 "문경시 투자유치 촉진에 관한 조례에 따라 지원금을 줬다"면서 "앞으로 지역민 고용이 확대될 수 있도록 업체와 협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문경'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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