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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과 야당 대표 만남은 이어져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청와대 회담은 발표된 사실만 보면 사전 실무회의에서 논의된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최근 사회적 관심사가 된 대학 등록금 문제에서부터 일자리 창출, 저축은행 사건, 한미 FTA, 남북 문제 등 우리 사회 전반적 문제들이 논의됐지만 해법에 대한 큰 틀의 합의는 없었다. 2008년 이 대통령과 정세균 당시 민주당 대표와의 만남 이후 3년 만에 이뤄진 회담치고는 성과가 적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만남은 소통 대신 불통, 타협 대신 대립으로 맞서는 우리 정치의 향후 행보에 적잖은 의미를 준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처럼 대통령이나 야당 대표가 권위적 장악력을 가지지 못한 현실에서 두 사람의 만남이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풀 수는 없다. 산재한 문제들을 한 번의 만남으로 해결할 상황도 아니다. 회담후 발표 과정에서 양측이 브리핑 공방을 벌인 것에서도 드러나듯 양보와 타협으로 정국을 푸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만남은 이어져야 한다. 국민들도 이번 만남에서 모든 문제가 풀릴 것으로 기대하지 않았다. 만남은 현안의 해법 마련에 앞서 여야의 소통에 더 의미가 있다. 대화 단절과 불통으로 막힌 정국은 소통 외엔 풀 길이 없다. 일단 만나고 대화를 해야 양보와 타협도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과 여야 각 정당 대표와의 만남은 의미가 있다.

회담이 만남 자체로 끝나지 않으려면 진정성이 필요하다. 회담에 임하는 자세도 그렇지만 향후 행보에서도 진정성은 지켜져야 한다.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만난 뒤 딴소리를 한다면 회담은 정치쇼에 불과하다. 이 대통령은 "여야가 너무 표를 계산하면 나라가 흔들린다"고 했다. 대통령이 소통에 나서고 여야 정치권이 성숙된 모습을 보인다면 풀지 못할 현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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