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팝콘 두뇌

컴퓨터와 인터넷이 일상생활을 편리하게 하지만 가끔 황당할 정도로 불편할 때가 있다. 핸드폰에 전화번호를 저장하는 바람에 가까운 친인척은 물론 집 전화번호도 기억하지 못할 때가 많다. 도구에 대한 의존도가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어쩌다 핸드폰을 집에 두고 출근하는 경우 불안하기 짝이 없다. 전화번호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데다 혹시 누구한테 긴급 연락이 오지 않았을까 조마조마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요즘은 날씨는 물론 웬만한 뉴스, 심지어 축일'기념일까지 알려주기 때문에 전자기기가 생활을 거의 지배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문제는 기기에 구속되는 만큼 생각은 점점 단순해져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미국 CNN 방송은 전자기기의 '멀티 태스킹'에 익숙해지면 현실 세계에 적응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실제 뇌의 구조가 바뀐다고 보도했다. '팝콘'처럼 곧바로 튀어 오르는 것에만 반응할 뿐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느리게 변화하는 진짜 현실에 무감각한 뇌인 '팝콘 브레인'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인터넷 사용 시간이 각각 10시간과 2시간인 대학생들의 뇌를 촬영한 MRI 영상을 분석한 결과, 10시간 인터넷 사용자는 2시간 사용자보다 뇌의 생각 중추인 회백질의 크기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우려했던 대로 전자기기에 인간이 점차 '예속화'된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 이렇게 되니 인간관계는 점점 소원해질 수밖에 없다. 일본의 경우 전체 인구 15%가 친구'동료들과 전혀 또는 거의 관계를 맺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1억 2천800만 인구 중 거의 2천만 명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를 히키코모리(引籠り)족이라고 한다. 집안에 처박혀 외출을 거부하는 은둔형 외톨이를 말한다. 대신 게임 속 캐릭터에 빠져 지내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누에고치'(cocoon)를 닮았다고 해서 '코쿤족'이라고 한다.

요즘 신문활용교육(NIE)을 나가보면 학생들이 유난히 글을 쓰기 싫어한다. 물론 글쓰기 교육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두려움 그 자체로 여기는 경우도 많다. 아예 포기하는 사례도 종종 본다. 이런 사회적 부작용의 원인 중에 상당 부분이 전자기기의 발달에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망각하고 있다.

소통의 혁명적 도구인 인터넷이 인간 고독을 더욱 부추긴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전인교육은 이래서 어려운가 보다.

윤주태(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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