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고려 때 초조대장경(初雕大藏經) 판각이 시작된 지 1천 년이 되는 해이다. 고려 현종 2년인 1011년 거란의 침입으로 전란의 위기에 처한 고려인들은 불력으로 이를 극복하려는 염원을 담아 대장경 조성에 나섰다.
대장경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기록으로 남긴 불교 경전의 총서다. 1011년에 판각을 시작한 초조대장경은 선종 4년(1087)까지 장장 77년에 걸쳐 완성됐다. 흔히 고려 대장경이라면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을 떠올리지만, 이는 초조대장경 목판이 소실된 후 다시 제작한 재조대장경(再雕大藏經·1236~1251)이다.
그렇다면 초조대장경판의 소장처는 어디일까. 이를 두고 학계는 아직 논쟁 중이다. 고려사 등 각종 문헌에 따르면 대구 팔공산 부인사일 가능성이 크지만 부인사의 사명만으로는 팔공산 부인사라고 단언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한기문 경북대 교수는 "몽골 침입 때에 불탄 초조대장경판의 소장 사원은 공산 부인사(팔공산 부인사)"라고 밝혔다.
한 교수는 '2011년 고려대장경 1천 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고려 전기 초조대장경판의 조성과 소장처에 대해 발표했다. 한 교수는 "지금까지 여러 기록에 전하는 사찰의 동명이사(同名異寺)가 많지만 부인사는 동명이사가 현재까지 자료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한 교수는 "초조대장경판은 현화사와 흥왕사에 분산 보관되었다 의천의 화엄종 적사인 계응과 그 문도들에 의해 부인사로 옮겨졌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로버트 버스웰 미국 UCLA대 교수는 '고려대장경 편집과 경전비평사에서의 그의 가치'라는 연구 발표에서 "13세기 팔만대장경 편찬은 고려왕조의 가장 위대한 문화적 성취이며 1960년대 미국에서 행한 달 탐사 사업과 유사한 대규모 사업으로 국가적으로 엄청난 자금과 인력이 수반됐다"고 평가했다.
29일까지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린 이번 학술대회는 국내 학자들은 물론 미국, 중국, 일본, 영국 등 9개 국 석학 27명이 참석해 초조대장경을 중심으로 대장경의 조성 과정과 가치 등을 집중 조명했다.
학술대회 기간에 '역경과 전승, 그리고 전산화', '언어와 역경 그리고 유포', '고려대장경의 재조명', '동아시아에서의 대장경' 등 9개 소주제를 놓고 연구성과를 발표하고 토론을 벌였다. 이 대회를 공동 개최한 장경도량고려대장경연구소와 금강대불교문화연구소는 "이번 학술대회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고려 초조대장경을 중심으로 대장경을 집중 조명하는 첫 시도"라고 소개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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