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동안 농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적지 않는 예산을 투입했지만 여전히 농촌 인구는 감소하고 고령화 및 부녀화되어 가고 있고, 도시와 소득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제적 활력이 저하되고 자생적 발전이 어렵게 되었다. 재촌(在村) 비율 20%가 무너졌고 의성군의 경우 노인 인구도 5년 전의 32.8%보다 5.7%포인트 증가한 38.5%로 초고령사회가 되었으며, 10년 후면 상당수 마을이 몇 가구만 살고 있는 농촌 공동화가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이제 농촌 문제는 농업으로만 해결할 수 없으며 인식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농촌 마을이란 농장이 있고 농업인들이 살고 있다는 기존의 생각에서 정이 흐르고 향토 문화가 있으며 자연 환경의 지속적 보전이 있는 공익적 기능을 보태야 하고, 농민을 농사를 짓는 노동가가 아닌 전문가 또는 생명을 다루는 종합예술가로, 농업도 식량 생산이란 기능에서 생명과학을 다루는 산업으로, 또한 홍수 조절, 산소 공급, 수질 개선, 공기 정화 등 환경공익재로 보아야 할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도 농어촌 정책에서 일대 전환을 하고 있으며 조직 개편도 이루어지고 있다. 그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스마일 농어촌운동은 농어촌을 지역민과 도시민이 함께하는 활력이 넘치는 미래 공간으로 조성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사업추진의 핵심 과제로 색깔 있는 마을 조성, 핵심 주체 육성, 현장 포럼 및 지원센터 운영, 재능기부, 도농연대로 크게 나누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사업이 색깔이 있는 마을 육성이지만 그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핵심 주체 육성에 가장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아무리 색깔이 있는 마을의 기반 여건이 좋아도 마을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마을 주민들을 설득하고 교육하고 동기 유발을 기할 수 있는 역량 있는 마을 리더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이미 전국에서 나름대로 성공한 색깔이 있는 마을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 마을에는 공통적으로 선구자적인 리더가 있었다.
농업소득으로는 한계가 있다. 농촌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 자연적 문화적 어메니티를 활용하고 농촌 체험과 농촌 휴양의 개념을 도입해 새로운 활력을 만들어야한다. 일상에 지친 도시민들의 휴식'휴양 공간과 건강을 치유하는 장으로 농촌은 변화할 것이다. 700만 명이 넘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은퇴 이후에 귀농, 귀촌할 수 있는 정책적 모색도 필요하다. 농업인에게 지원하는 보조사업도 보조가 아닌 미래를 위한 투자로 인식하는 패러다임의 변화도 필요하다.
일찍이 다산 정약용은 "농사가 다른 것보다 못한 것이 셋이 있는데 높기는 사(士)보다 못하고, 이(利)함은 장사보다 못하며, 편하기는 공장(工匠)보다 못하다"면서 이 세 가지 못한 것을 없애지 않으면 비록 날마다 회초리질을 하면서 농사를 권장해도 끝내 이루지 못할 것이라 했다. 지금도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우선 우리 농업인들에게 꿈과 비전을 심어주어야 한다. 우리는 농촌지역을 고향으로 두고 있으면서도 농업은 우리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항상 경제 논리에 밀려 뒷전에 내몰렸다. 우리 농업이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뒷걸음치고 있는 사이 세계 일부 선진국은 농업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새로운 변화에 대응해나가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사이먼 쿠즈네츠 박사는 농업 농촌의 발전 없이 선진국으로 갈 수 없다며 농촌의 것, 유일한 것,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되어야 농촌이 살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어떻게 이 위기를 기회로 삼을 것인가? 월남전쟁 때 미국의 그 엄청난 화력에도 불구하고 호찌민이란 정치 지도자가 정치 군사조직을 베트남의 전통적인 마을공동체와 결합시켜서 결국 미국을 이길 수 있었다. 규모가 작은 우리 농업의 살길은 지역공동체 중심으로 뭉치는 것과, 소농구조에 적합한 친환경농업, 그리고 자본 및 기술집약적인 첨단농업으로 가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농어촌이 웃어야 대한민국이 행복하다' 라는 스마일 농어촌운동의 슬로건처럼 도시와 농어촌의 균형 발전으로 국민들의 삶의 질이 개선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푸른 풀밭에 여치와 아이들이 함께 뛰어다니고 5도(都) 2촌(村) 농부가 어우러져 사는 건강하고 활기찬 농촌의 미래가 그리 멀지 않음을 확신한다.
김복규(의성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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