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우리 곁의 노거수(이지용 지음/아이컴 펴냄)

사진 기자가 발로 뛰며 렌즈에 담은 노거수 54그루

한재 미나리로 유명한 경북 청도군 청도읍 평양리에 가면 수령 300년, 높이 7m의 소나무 노거수가 있다. S자 형으로 휘감아 오르는 줄기는 승천하는 용의 모습을 닮았다. 그 신비한 모양 때문에 임신한 여자가 이 나무에 절을 하면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기를 낳는다는 전설이 있다.

명성을 잃었지만 한때 대구 하면 곧 사과를 떠올릴 정도로 대구는 사과 주산지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사과나무는 대구시 동구 평광동 우채정 할아버지의 집 앞에 있다. 우 할아버지의 선친이 1935년 심은 사과나무 100그루 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홍옥이다. 열매가 많이 달릴 때는 15㎏짜리 상자로 열 상자도 수확한다.

경북 영덕군 지품면 신안리에 가면 수령 500년의 느티나무가 마을을 지키고 있다. 세월 따라 많은 것이 변했지만 느티나무 앞에서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는 전통은 여전하다. 매년 정월 열나흗날 밤 12시면 제주와 축관들이 나무 옆 당집에서 제사를 올린다. 제사를 마치면 주민들이 음식을 나눠 먹는다.

무엇이든 제 뜻대로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천지신명께 '부디 살펴 달라'고 빌지 않는다. 사람이 평안을 구하며 두손 모아 기도하고 허리 굽혀 절하는 모습은 그가 겸손한 존재임을 증명하는 행위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다하고, 나머지는 천지신명의 선의와 보우에 맡겨둘 줄 아는 사람은 견디지 못할 어려움에 직면하지 않는 법이다. 영덕 신안리 느티나무는 그렇게 천지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보여준다.

상주시 외남면에 가면 '하늘 아래 첫 감나무'라는 애칭을 가진 국내 최고령 감나무가 있고, 예천군 하리면 은산리에는 마을을 보호하고 잡귀를 쫓는 음나무가 눈을 부릅뜨고 동구를 지키고 있다.

풍년과 흉년을 점치는 달서구 도원동의 느티나무, 회초리를 심었더니 거목이 된 의성군 점곡면 윤암리 왕버들, 소원 쪽지를 주렁주렁 매단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의 느티나무 등 책은 갖가지 이야기를 품고 있는 노거수 54그루를 소개한다. 지은이 이지용(영남일보 사진부 기자)은 나무에 얽힌 오래된 이야기와 함께 그 고장의 전설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노거수 인근의 관광지도 소개하고 있어, 가족 나들이 때 끼고 가면 아이들과 이야깃거리가 풍성하겠다. 사진을 많이 곁들여 읽는 재미를 더한다. 255쪽, 1만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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