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베이 감독의 합체로봇 시리즈 3탄 '트랜스포머 3'가 올해 최고의 예매 점유율로 극장가를 점령했다. 2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트랜스포머3'는 95.7%의 점유율로 다른 영화들을 압도했다. 대구의 대부분 멀티플렉스도 스크린의 절반 이상을 '트랜스포머3'가 차지하면서 다른 영화가 발을 붙일 수 없도록 했다. CGV대구의 경우엔 17개 스크린 중 11개를 싹쓸이할 정도다.
'트랜스포머3'는 속편 영화의 속성에 충실하게 거대한 물량을 쏟아부어 사이즈로 승부를 건다. 2편 이집트 사막에 이어 3편은 시카고의 도심을 무대로 30여 분간 스펙터클한 화면효과로 관객의 혼을 빼놓는다.
고색창연하고 아름답기로 소문난 시카고의 고층건물들이 무너지고, 폭파되고, 로봇들의 격투에 도로가 파헤쳐지고 차들은 낙엽처럼 뒹군다. 로봇들이 무장한 칼과 도끼에 인간들이 쏘아대는 미사일과 총격에 귀가 얼얼할 정도다.
1969년 미국의 아폴로 11호는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내딛는다. 그러나 달착륙 프로젝트는 정체불명의 우주선을 탐사하기 위해 서둘러 추진된 것이다. 우주인들은 달의 뒷면에서 난파한 거대한 우주선을 발견한다. 악의 세력 디셉티콘에 맞서 싸우던 오토봇이 자신들의 행성을 탈출할 때 타고 있던 우주선이다.
오토봇의 최첨단 기술로 제작된 에너지원을 실은 우주선은 1960년대 초 달에 불시착하고 조종사인 센티넬 프라임은 의식을 잃는다.
한편, 대통령 훈장까지 받은 샘(샤이아 라보프)은 대학 졸업 후 취직을 하지 못해 애인 칼리(로지 헌팅턴 휘틀리)에 얹혀 살아간다. 옵티머스 프라임을 비롯한 오토봇들은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매달리고, 샘은 그들에게 접근하는 것도 금지된다.
그러나 어느 날 디셉티콘의 전면적인 지구 공격이 시작되고 샘과 오토봇들은 함께 뭉쳐 지구의 운명을 건 최후의 전면전을 펼친다.
사막과 달리 도심 빌딩을 무대로 전투를 벌이면서 액션의 재미가 늘었다. 고층건물에서 뛰어내리고, 쏟아지는 잔해를 피하고, 로봇들의 격투기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시각적 스릴의 강도가 높아졌다.
도심 재난영화 '2012'를 비롯해 외계인과의 LA 도심 전투를 그린 '월드 인베이전' 등을 뛰어넘는 특수효과에, 인류의 달착륙과 체르노빌 원전사고 등의 배경에 디셉티콘의 모략이 숨어 있다는 음모론도 깔고, 샤이아 라보프의 왈가닥같은 유머도 섞었다. 전편들의 경우 빠른 화면 탓에 로봇들의 변신이 어설펐지만, 이번에는 적절하게 슬로모션으로 처리해 사실감을 높였다.
하늘을 나는 특수부대의 점프 수트, 도심을 파헤치고 건물을 뚫고 지나가는 디셉티콘의 쇼크웨이브 등도 새로 등장해 눈길을 끈다.
그러나 지나치게 볼거리에 치중하다보니, 이야기 구조는 헐겁고, 주인공들도 로봇에 밀려 겉도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샤이아 라보프도 큐브의 비밀을 파헤치던 전편에 비해 결정적 비중이 떨어지고, 메간 폭스 대신 시리즈에 처음으로 합류한 로지 헌팅턴 휘틀리와의 관계도 서먹하다.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를 포기하는 바람에 영화가 리듬을 타지 못하고 길게 느껴지는 것도 흠이다. 굳이 대작의 티(?)를 내면서 152분이란 러닝타임이 필요했을까.
어쨌든 '트랜스포머3'는 비주얼에 승부를 거는 영화다. 벌써 한 여름 무더위가 찾아온 극장가, 더위를 식히기 위해 볼거리를 기대하는 관객들의 바람은 어느 정도 충족시킬만한 영화다. 12세 이상 관람가.
김중기 객원기자filmtong@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12년 간 가능했던 언어치료사 시험 불가 대법 판결…사이버대 학생들 어떡하나
한동훈 "이재명 혐의 잡스럽지만, 영향 크다…생중계해야"
[속보] 윤 대통령 "모든 게 제 불찰, 진심 어린 사과"
홍준표 "TK 행정통합 주민투표 요구…방해에 불과"
안동시민들 절박한 외침 "지역이 사라진다! 역사속으로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