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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벌 물량 몰아주기,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재벌 총수 일가들이 계열사 물량 밀어주기로 증식한 개인 재산이 1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1조 3천195억 원의 종잣돈으로 9조 9천588억 원을 벌어들여 755%라는 천문학적인 수익률을 기록했다. 일반 주식'펀드 투자자들이 10%의 수익률도 거두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물량 밀어주기가 얼마나 손쉬운 재산 증식 방법인지 잘 드러난다.

방법이 공정하면 재산 증식은 지탄의 대상이 아니다. 재벌의 물량 밀어주기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손가락질을 받는 것이다. 재벌 일가들은 이런 방식으로 매출을 늘리고 기업 가치를 키우면서도 내는 세금은 쥐꼬리 수준이다. 세금 부담 없는 상속 및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우리 기업의 경쟁력 약화다. 물량 밀어주기는 땅 짚고 헤엄치기다. 그런 혜택을 받으면 누구라도 기업을 키울 수 있다. 그런 기업이 과연 경쟁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방식은 또 공정한 경쟁 풍토만 조성되면 훌륭하게 성장할 기업을 도태시키거나 성장의 기회를 뺏는다는 점에서 큰 문제다. 2000년 이후 중소 제조업체 가운데 0.13%만이 중견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사실은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정부도 심각성을 인식, 물량 몰아주기로 계열사를 지원하는 것에 대해 상속'증여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이런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4년 완전포괄주의를 도입해 편법 상속'증여에 과세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으나 과세 대상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못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정부는 이런 실패를 거울삼아 양극화와 불공정을 심화시키고 있는 물량 몰아주기를 차단할 수 있도록 촘촘한 그물망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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