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천국은 시내 한가운데, 이 마을과 저 마을 사이에 있다. 천국에는 강이 있고, 풀밭이 있고, 집시들의 숲이 있고, 이르시와 내가 있다. 강은 산 위에서 흘러나오는 물로 채워지고 사이사이 다른 물줄기들도 흘러든다. 물살의 빠르고 느림에 따라 강은 넓어질 때도 있고 좁아질 때도 있다. 집시들의 숲 주변에 있는 섬 중 하나는 이르시와 나의 것이다. 우리는 방학하고서 거의 매일 이곳에서 만나고 있다. 하루하루가 그 전날보다도 더욱 아름다워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아름다운 자연과 그 속에서 펼쳐지는 두 소년의 우정을 그리는 '보헤미아의 여름'은 독일과 체코의 국경 지역인 보헤미아가 배경이다. 보헤미아산맥에서 태어나 벽돌공, 집배원 등 다양한 직업을 거친 작가 요제프 홀루프의 자전적 이야기로 보이기도 한다.
주인공인 독일 소년 요제프는 겨울이 지나면서 꽁꽁 얼어 있던 강 위의 빙판이 깨지자 친구 루츠와 함께 빙판 타기를 한다. 짓궂은 소년들은 지나가던 체코 소년 이르시를 강제로 빙판에 태우는 장난을 하고, 이르시는 자칫하면 생명을 잃을 뻔한 위험을 겪는다. 이 일을 계기로 요제프와 이르시는 친구가 된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직전 독일 국경에서 가까운 보헤미아 지방에는 전운이 감돌고, 마을 사람들 일부는 영문도 모르면서 히틀러를 지지하고 찬양한다. 마을 사람들은 사회민주주의자인 '조찌'와 히틀러 지지자들인 '헨라인'으로 나뉘어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른다. 처음에는 조찌였던 요제프의 아버지도 직장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살기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헨라인 지지자로 돌아서고, 마을에는 조찌가 거의 남지 않게 된다.
이해할 수 없는 어른들의 전쟁놀이는 아이들의 눈에는 불안하기 짝이 없는 일들로 비친다. 게다가 어느 날 카르반 다리 위를 지키던 체코인들의 기관총이 사라지고, 체코인들은 헨라인들이 기관총을 훔쳤다고 생각하면서 마을의 긴장은 높아만 간다. 하지만 집시들의 숲에서 둘만의 천국을 발견한 두 소년은 너무나 행복한 여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그런 소년들의 눈앞에 '악마의 짓'이 분명한 일이 벌어지는데, 마을에서 사라진 기관총을 우연히 발견하게 된 것이다. 체코인들의 기관총을 훔친 이들은 그로쓰코프 선생님과 쪼겔만 씨 등 아이들도 잘 알고 있는 마을의 어른들이다. 그들은 체코인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성 네포무크를 훔쳐 아이들이 숨어서 지켜보는 가운데 기관총을 난사해댄다.
발터 슈타이너를 비롯하여 히틀러를 추종하는 마을의 소년들은 도시를 돌아다니며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파출소 지붕에 나찌 깃발을 매달기까지 한다. 엄연한 위법임에도 헨라인들은 은밀하게 히틀러 추종자임을 과시하는 것이다. 험악해지는 마을 분위기 속에서 요제프와 이르시는 헨라인 아이들의 표적이 되어 괴롭힘을 당한다. 이르시를 너무 좋아하는 요제프는 뜻하지 않게 번번이 이르시가 자신 때문에 위험한 일을 당한다며 괴로워한다. 히틀러를 추종하는 세력들이 힘을 얻어가면서 마을도 조금씩 파괴되기 시작한다.
"나찌의 공병들이 새 국경선을 다듬어 똑바로 만들었다. 어마어마하게 덩치가 큰 기계들을 동원하여 자로 잰 듯이 일자로 커다란 도랑을 팠다. 추디바부터 후이젠 방앗간까지. 독일인이라면 뭐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어떤 산이나 골짜기나 강물도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모든 게 망가졌다. 구불거리던 물길도 사라져버렸다. 때로는 깊고 때로는 얕았던 물속, 강가의 나무들과 수풀 그리고 섬들과 집시들의 숲도 모두 사라져버렸다. 모든 게 다 망가졌다…."
아름다운 그들의 여름이 끝나면서 나날이 변해가는 마을. 어느 날 이르시는 김나지움 입학을 위해 마을을 떠나고, 요제프는 그것이 그들의 마지막임을 예감한다. 두 소년의 우정과 어리석은 어른들의 전쟁놀이가 멋진 자연 속에서 대조적으로 펼쳐지는데, 우리에게는 먼 나라 체코가 배경이라 이국적이면서도 아름답다.
수성구립 용학도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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