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닥터 최의 세상 내시경] 만 5세 의무교육보다 시급한 것

우리나라도 이제 만 5세부터 사실상의 의무교육이 시작됐다. 정부는 내년 3월부터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만 5세 어린이들에게 국가가 정한 이른바 '공통과정'을 가르치고, 월 20만원의 정부 지원금을 주겠다고 했다.

그동안 교육과 보육 부담이 만만치 않았던 부모 입장에서는 1년의 부담이 덜어지는 셈이니 당연히 환영할 일이다. 국가 백년지대계인 교육정책의 중요성을 따진다 해도 사뭇 그 의미가 크다. 그러나 조금 더 유심히 들여다보면 아쉬운 점 역시 자못 커 보인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시행 중인 취학 전 의무교육을 우리도 마침내 도입한다는 데는 무슨 이견이 있겠느냐만 그보다 먼저인 근본적인 문제를 도외시했다는 점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유아교육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교육과 보육이 분리'혼재되어 있다. 교육은 교과부가, 보육은 복지부가 관리 감독하다 보니 관련법도 제각각이고, 각각의 시설이나 교사의 수준이 현저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교육의 질이 균등하지 못하다는 고질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한 보육과 교육의 통합문제는 지난 10년간 유아교육계의 숙원이었지만 양측 간 갈등과 부처 간 파워게임 등을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져 왔다. 이런 가운데 5세 의무교육의 질을 높이겠다며 정부가 이번 조치를 발표했다. 그 내용을 보면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동일한 내용을 교육하겠다는 이른바 공통과정이란 카드를 들고 나왔다. 이로써 근본적인 문제에 메스를 가하지 않고 임시방편적인 처방에만 머물렀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물론 이 같은 비판을 잠시 비켜나 보면, 다방면에서 바람직한 방향임에는 분명하다. 교육적으로 생애 초기의 기본 소양과 능력이 일생에 얼마나 중요한지는 이미 여러 연구결과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정부가 이 같은 중요성을 인식했다는 측면에서는 고무적이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뇌에 대한 관심이 활발해지면서 인간 두뇌의 80%가 유아기 때 완성이 된다는 사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만 5세 어린이들의 경우 어른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생성된 뇌세포가 완성되는 시기로서 교육의 중요성은 매우 높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계획을 내놓으면서 총 5년 계획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3월 시행을 앞두고, 유아교육법과 영유아교육법, 지방재정교부금법, 대통령령을 바꾸는 작업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적어도 2016년까지는 법에 의해 안정적으로 지속되는 셈이다. 영국의 경우, 블레어 전 총리 시절 10년에 걸친 연구 끝에 유아교육에 대한 정부 지원을 대폭 확대했는데, 당시 결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소득층 자녀의 교육격차를 줄이는 데는 경제적 지원보다는 유아기에 제대로 된 교육을 해주는 게 효과적임을 보여준 것이다.

끝으로 다시 통합 얘기로 돌아가 보면, 교육과 보육의 이원화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스웨덴, 영국 등 선진국들도 과거 이원화 체제로 운영되다가 교육부로 통합된 사례에 속한다. 결국 우리와 같은 혼란기를 거쳐 오늘의 교육 선진국을 이뤄낸 셈이다. 어차피 가야 할 길이고, 풀어야 할 숙제라면 최대한 빨리 매듭짓는 것이 좋다. 물론 이해 당사자 간의 성숙한 양보와 타협, 관리감독자의 리더십과 결단이 전제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이번에 발표된 '만 5세 의무교육'이 그 첫 단추를 끼운 것이라고 믿는다.

(구미탑정형외과연합의원 원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