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향기도 나지 않고/ 뻐꾸기 소리도 나지 않는 쌀밥이나 솔(부추) 김치를 먹는 일은/ 지렁이 울음소리 들리지 않는 죽순을 먹는 일은/ 허기진 배를 채우는 단순 '작업'일 뿐이다. 먹는 행위에서 육체적 만족감과 더불어 영혼의 교감으로 얻을 수 있는 행복감이 없다면, 배부르지만 불행한 삶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소설가 공선옥의 음식 산문집 '행복한 만찬'의 한 구절이다. 6월의 끝자락이다. 무더위가 시작되는가 싶더니 때 이른 장마가 몰려온다. 비 오는 날은 따뜻한 음식이 생각난다. 이럴 땐 순두부가 제격이다. 대구시 달서구 진천동주민센터 노재완 동장과 직원들은 "순두부는 어머니가 늘 해주시던 음식처럼 친근하다"며 종종 인근의 '소문난 멧돌 순두부'로 향한다.
두부는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한 단백질 성분으로 이뤄진 대표적인 웰빙 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서양인에게도 콩의 효능과 두부의 신비로움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미국은 대통령의 식단에 두부가 필수적으로 올라갈 정도로 건강식으로서 그 위상을 입증해 보이고 있다. 일본, 중국, 대만뿐 아니라 성인병과 비만 인구가 많은 미국, 캐나다, 유럽에서도 두부를 찾고 있다. 두부는 '밭에서 나는 고기'라는 별명이 있다. 우리 조상들은 오래전부터 콩을 맷돌에 갈아서 두부를 만들었다. 별다른 먹을거리가 없던 시절, 여름철엔 영양 만점으로 남녀노소 모두 편안하게 즐기던 음식이다.
노재완 동장은 순두부를 즐긴다. "술을 마신 뒤 속풀이는 물론, 특히 비가 내리는 날 순두부 한 그릇 먹으면 속이 시원해지면서 몸이 가뿐해진다"고 설명한다. 오늘은 해물 순두부다. 진천동주민센터 직원과 평소 행정업무를 도와주는 통장 3명이 함께했다. 순두부는 주문한 후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일단 푸짐한 양에 마음도 푸근해진다. 대부분 순두부 집은 앙증맞은 순두부 뚝배기 그릇을 사용하는데 이 집은 설렁탕 그릇 같은 큰 뚝배기다. 김을 술술 풍기면서 상큼한 해물과 구수한 두부냄새가 퍼진다. 뚝배기 속에는 해물이 푸짐하다. 꽃게와 갑오징어 새끼, 큼지막한 새우에다 홍합 살, 바지락 등이 순두부와 함께 어울려 입맛을 당긴다. 순두부는 국물이 시원하고 담백해야 제격이다. 부드럽다. 감칠맛 나는 국물이 순두부와 함께 술술 넘어간다.
손만성(50) 총괄팀장은 "우리 동네는 유명한 먹을거리 타운이 있지만, 이 집의 순두부는 속풀이 음식으로는 최고"라고 소개한다. 박동일(51) 팀장도 "겨울에도 좋지만, 여름에도 이열치열이라고 땀을 흘리면서 먹는 맛도 좋다"고 소감을 밝힌다. 이경옥 통장은 "얼큰함과 깊은맛, 속이 시원할 정도로 담백한 맛이 어울려 최고의 맛"이라고 치켜세운다. 김경만 통장은 "순두부 요리가 다양한데다 가격도 부담이 없어 가족 나들이와 친구들의 모임에도 좋은 곳"이라고 소개한다. 평소 국물이 있는 음식을 즐기지 않는다는 채후자 통장도 "순두부를 정말 오랜만에 먹어 보지만 오늘은 특별한 맛을 느낀다"고 말한다. '소문난 멧돌 순두부'는 지난해 6월 문을 열었다. 1년 남짓만이지만 입소문으로 단골손님이 많다. 이 식당 김교철(53) 사장은 순두부를 만드는 콩은 창녕에 있는 친구에게서 구입한다. 김 사장은 순두부가 주종이지만 청국장도 인기 있는 종목이라고 추천한다.
순두부와 순두부찌개, 청국장은 6천원. 해물순두부는 7천원이다. 두부김치 8천원, 가오리찜과 아귀찜은 2만원(중)'3만원(대), 수육은 1만3천원(중)'2만원(대)이다. 계절 음식인 약콩 콩국수와 냉면은 5천원, 열무국수와 잔치국수는 4천원, 어린이들이 즐기는 왕돈가스는 5천원이다. 순두부는 포장도 가능하다. 예약은 053)635-5889.
##추천 메뉴-약콩 콩국수
시원한 콩국수의 계절이다. 콩국수는 쫄깃한 면발과 구수한 국물 맛이 제격이어야 한다. 얼음 국물에 탱탱해진 면발에다 살짝 씹히는 오이채의 신선함은 입안을 상큼하게 한다. 삼복더위에는 얼음 콩국수 한 그릇이면 더위가 싹 가신다. 멧돌 순두부의 모든 음식은 안주인 남연화 씨의 손끝에서 나온다. 콩국수의 국물은 약콩인 쥐눈이콩과 보통 콩을 반반 섞어서 만들었다. 국물의 구수함을 즐기기 위해 숟가락으로 떠먹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릇을 들고 마시는 모습이 눈에 띈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