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이면 유난히 국수를 자주 찾게 된다. 요리하기도 손쉬운데다 간편하게 후루룩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원하게 먹을 수 있는 잔치국수도 좋지만 여름철에는 더위에 지친 입맛을 살려줄 수 있는 매콤새콤한 비빔국수도 제격이다. 국수 한 그릇이 조금 허술해 보인다면 메밀쟁반국수를 준비해도 괜찮다. 각종 야채와 새콤달콤한 소스가 어우러진 쟁반국수는 손님 상에 내놓는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다.
메밀은 푸른색 잎, 붉은색 줄기, 하얀색 꽃, 검은색 열매, 노란색 뿌리 등의 다섯 가지 색을 품고 있어 예부터 '오방지영물'(五方之靈物)로 불리며 귀한 대접을 받아왔다. 최근 현대 의학에서도 각종 효능을 인정받으며 '곡물계의 숨겨진 보물'로 평가받기도 한다.
메밀의 효능에 대해 동의보감에는 "메밀의 성질은 평하고 냉하며, 맛은 달고 독성이 없어 내장을 튼튼하게 한다"고 적혀 있다. 또 중국의 의서인 본초강목에는 "위를 실하게 하고 기운을 돋우며 정신을 맑게 하고 오장의 찌꺼기를 없애준다"고 하며, 일본 본조식감에서는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고 적혀 있다.
메밀의 대표적인 영양소는 플라보노이드 화합물인 루틴이다. 비타민P로도 불리며, 혈관의 투과성 및 신축성에 영향을 주는 항산화 성분이다. 이 때문에 루틴은 모세혈관벽을 튼튼하게 만들어 뇌출혈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 루틴은 메밀국수를 삶는 과정에서 상당량 물에 용출되기 때문에 가급적 국수를 먹을 때는 국물까지 마시는 것이 좋다고 한다. 또 혈압강하 효과가 있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고혈압 같은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 쌀이나 밀가루보다 아미노산이 풍부하며 쌀보다 섬유소가 23배나 많아 통메밀을 볶아 뜨거운 물을 부어 차로 마시면 변비 치료에도 좋으며, 위와 장을 튼튼하게 한다고 한다.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메밀국수의 경우 100g당 132k㎈, 메밀묵은 58k㎈로 메밀은 다른 곡물에 비해 열량이 낮은 것.
게다가 메밀은 단백질의 왕으로 불리는 두부보다도 단백질 함량이 높다. 식물성 식품에서는 얻기 힘든 아미노산인 라이신도 풍부해 식물에서 얻을 수 있는 단백질 중 최고급으로 꼽힌다.
많은 경우 사람들은 메밀국수는 흑갈색을 띤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도정된 메밀을 볶지 않고 국수로 뽑게 되면 유백색을 띠게 된다. 하지만 사람들이 대부분 흑갈색의 메밀국수를 선호하기 때문에 제조업체들이 메밀을 볶아서 진한 색상의 메밀국수를 제조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식약청이 이달 15일 유백색 메밀국수도 진짜이며, 메밀의 함량이 30% 이상이더라도 흑갈색을 띠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참고로 메밀국수의 최대 소비국인 일본의 경우에는 일본 소비자들이 밝은 색과 메밀 고유의 맛과 향을 선호하고 있어서 대부분 유백색의 메밀국수가 유통되고 있다"며 "메밀국수 색상에 대한 소비자의 올바른 인식 개선을 위해 이번 정보를 제공하게 됐다"고 밝혔다.
◆ 메밀쟁반국수
▷재료: 메밀국수(생면) 300g, 양배추 60g, 적양배추(당근) 30g, (양)상추 30g, 깻잎 10장, 오이, 배 1/6개, 삶은 계란 1개, 땅콩 20알(들깨가루 2큰술), 닭가슴살 100g, 마늘, 생강 1쪽, 대파 잎 2줄기
▷소스: 식초 3큰술, 매실액 1큰술, 설탕 2큰술, 진간장 1큰술, 고춧가루 1큰술, 연겨자 1큰술, 소금 2/3큰술, 고기 삶은 국물 1/2컵, 통깨 1작은술, 참기름 1작은술,
▷만들기
1.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메밀국수를 넣어 삶는다.
2. 삶은 메밀국수는 체에 밭쳐 물을 따라 버린 후 찬물에 2, 3번 헹군 후 사리를 지어준다.
3. 닭가슴살은 끓는 물에 대파잎, 마늘, 생강, 술을 넣어 삶은 후 식혀 찢는다. 국물은 식혀 육수로 사용한다.
4. 계란은 삶아 껍질을 벗기고 잘라둔다.
5. 채소는 채를 썰어 찬물, 배는 설탕물에 담가 둔다.
6. 분량대로 소스를 만들어 준다. 겨자는 맛을 보고 조절해 차게 한다.
7. 익힌 닭가슴살에 소금, 후추, 참기름 약간으로 간한다. 땅콩은 다져둔다.
8. 야채와 고기, 계란, 삶은 국수를 보기 좋게 돌려 담는다.
9. 땅콩 다진 것, 들깨가루를 곁들여 담아낸다. 소스를 국수 위에 끼얹는다.
##재미있는 음식이야기-빈대떡
비가 주룩주룩 퍼붓는 장마철에는 부침개 생각이 간절해진다. 비 오는 날 부침개가 연상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부침개를 구울 때 기름이 지글지글대는 소리가 빗소리와 비슷해 연상작용을 일으킨다는 설명도 있고, 전통 농경문화권에서 들일을 할 수 없는 비 오는 날에는 집에서 심심풀이로 부침개를 부쳐 먹었던 풍습 때문이라는 풀이도 있다.
바삭한 부침개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지만 이 중 단연 압권은 빈대떡이다. 갈아 놓은 녹두 반죽에 큼직하게 썬 김치를 넣고 프라이팬에 돼지비계로 기름을 두른 후 부쳐 먹는 빈대떡. 그 고소한 맛은 비 오는 날 유독 강하게 콧속으로 파고들어 연방 퍼붓는 비에 지친 입맛을 유혹한다.
빈대떡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다. '명물기략'에는 중국의 떡인 알병의 '알'자가, 빈대를 뜻하는 갈(蝎)자로 잘못 알려져 빈대떡이 되었다고 기록돼 있다.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 먹지"라는 '빈대떡 신사'의 노랫말처럼 가난한 이들을 위한 음식이라는 의미의 '빈자(貧者)떡'이 변해 빈대떡이 됐다는 설도 있다. 빈대떡은 본디 기름에 부친 고기를 제사상이나 교자상에 올려놓을 때 밑받침용으로 쓴 음식인데, 그 후 가난한 사람을 위한 먹음직스러운 요리가 됐다는 것. 조선시대 흉년이 들면 팔도의 유민(流民)이 한양 도성으로 몰려들었는데 이때 부잣집에서 빈대떡을 싣고와 "누구누구 집의 적선이오"라고 하면서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주는 풍습이 있어 빈대떡이 가난한 서민과 친숙한 대표적인 먹을거리로 인식되기도 했다. 옛날에는 지금의 정동지역에 빈대가 많아 빈대골로 불렸는데, 그곳 사람들 중에 부침개장사가 많아 빈대떡이 되었다는 풍설도 있다.
하지만 가장 설득력 있는 설은 중국떡 빙져에서 유래된 말이라는 주장이다. '빙져'가 '빙쟈'가 되었다가 가난한 사람들의 떡이라는 의미의 '빈자'떡이 되었고, 그것이 '빈대'떡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양반집 조리서였던 '음식디미방'(1670년)에는 빈대떡의 원조인 음식을 부치는 법 '빈쟈법'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녹두 껍질을 벗겨 간 후 번철에 기름을 붓고 끓으면 녹두반죽을 조금씩 떠서 지진다고 했다. 또 다른 조리서인 '규합총서'(1809년)에도 '빙쟈'라는 비슷한 내용이 있다. 영양적인 측면에서 보면 빈대떡은 나무랄 데 없는 음식이다. 단백질이 풍부한 녹두를 주재료로 만들어 과거엔 고기를 자주 먹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영양을 보충해주는 역할을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도움말'김다미 요리전문가(대백프라자 문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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